촛불 집회 산실로 광장 민주주의의 핵심 공간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중앙분리대’라는 명암이 뒤섞인 서울 광화문광장이 2년 뒤 환골탈태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1일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 내용을 골자로 한 ‘CA조경기술사사무소’ 등의 ‘Deep Surface(깊은 표면)’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국제설계전 공모에서 당선됐다고 밝혔다. 이번 공모에는 국내외 70개 팀이 참여했고, 당선작은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 지지로 선정됐다고 서울시는 전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의 목표는 △600년 ‘역사성’ △3·1운동∼촛불혁명의 ‘시민성’ △지상·지하를 잇는 ‘보행성’의 계승·회복이다. 이를 위해 당선작은 지상을 비우고 지하를 채우는 공간 구상으로 서울의 역사성을 지키고, 다양한 시민 활동을 품을 수 있게 했다고 서울시는 덧붙였다.

[사진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공모 심사를 맡은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은 “서울, 대한민국의 중심 공간으로서 상징적 가치를 가장 잘 노출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광화문광장의 눈에 띄는 큰 변화는 정부종합청사 쪽 도로가 사라지고 이곳이 모두 광장으로 편입돼 광장 규모가 1만9000㎡에서 6만9000㎡로 확대되는 점이다. 붉은 악마들의 함성, 촛불집회의 열기가 어려 있는 광화문광장은 역사의 중심지이지만, 왕복 10차로에 둘러싸여 평소엔 섬처럼 고립된 장소다. 광장 재구성은 이 점을 고려해 이뤄진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경복궁 전면에 3만6000㎡ 규모 ‘역사광장’, 역사광장 남측에 2만4000㎡ 규모 시민광장을 새로 조성하고 기존 질서 없는 구조물을 없앤다. 광장 폭은 기존의 3배 가량인 60m로 확장된다. 대신 세종대로는 왕복 6차로로 좁아진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수반되는 가장 큰 논란은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동상 이전 추진인데, 각각 세종문화회관 옆으로, 옛 삼군부 터인 정부종합청사 옆으로 배치된다. 광장 어디서든 경복궁과 북악산 전경을 막힘없이 볼 수 있게 하려는 취지다. 박 시장은 “(이순신장군상·세종대왕상 이전은) 연말까지 공론 과정을 거쳐서 충분히 시민 의견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올해가 100주년이 되는 3·1운동에서부터 민주화 항쟁, 촛불집회까지 민주주의 역사의 주요 무대가 된 곳이 광화문광장이라는 점도 설계에 반영됐다. 진양교 CA조경 대표는 “광장 자체로 시민 의견이 표현될 수 있는 장소를 만든 의미가 있고, 촛불 이미지를 상징하는 내용이 지상광장 바닥 패턴으로 들어갈 것”이라며 “작지만 현대사의 의미도 담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광화문에서 시청을 지나 동대문까지 이어지는 약 4km 구간에 지하 보행길을 조성하고, 이 지하에는 GTX-A 노선의 광화문역도 신설한다. 이로써 지하철 5호선 광화문, 1·2호선 시청, GTX-A, 노선·선로를 공유하는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용산∼고양 삼송)까지 총 5개 노선을 갈아탈 수 있는 초대형 복합 역사가 들어서게 된다.

1040억원의 비용이 드는 이번 공사는 내년 초 시작해 2021년 5월 완공된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