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올해 시장 여건 변화에 따라 가계부채의 건전성이 급격히 취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위는 지난 25일 최 위원장 주재로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를 열었다고 28일 밝혔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7.5%로 60%대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훨씬 높은 가운데 최근 몇 년간 가계 빚 증가세는 주춤해졌지만, 전세 대출만 보면 지난 1년 사이 38%나 늘었다.

최 위원장은 “가계 부채 증가율이 떨어지고 있지만, 1500조원에 달하는 절대 규모는 여전히 커 소비 성향을 위축시키고 경제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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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가계부채가 당장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은 적지만, 시장여건 변화로 건전성이 급격히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은 항상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계부채 절대 규모와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상환 부담 증가, 전세대출, 개인사업자 대출에 모두 긴장감을 갖고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세 가격이 하락하면서 세입자가 보증금을 떼일 수 있는 이른 바 ‘깡통전세’ 우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국지적인 수급 불일치 등으로 전세가가 하락하고 집주인이 보증금을 제때 반환하지 못할 위험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가계부채 관리의 고삐를 더 죄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 중 은행권에만 적용되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지표를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한다. 금융당국의 목적은 지난해 10월 은행권에 도입된 DSR 관리지표를 제2금융권으로 넓혀 가계대출 문턱을 더 높이는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장은 “DSR 관리지표 도입 이후 지난해 11∼12월 은행권 신규 가계대출을 점검한 결과 DSR이 이전보다 현저히 낮아졌다”며 “상환능력에 기반을 둔 대출 심사가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했다. 은행권 신규 가계대출 평균 DSR은 지난해 6월 72%였지만 DSR 관리지표 도입 이후인 11∼12월에는 47%를 기록했다. DSR 90% 초과 비중도 지난해 6월 19.2%에서 11∼12월엔 8.2%로 감소했다.

은행이 가계대출을 할 때는 추가로 자본을 적립하도록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금리 상승세를 감안해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는 기존보다 0.27%포인트 줄인다. 이렇게 되면 최대 1조원까지 이자 부담이 줄어든다는 게 금융당국의 분석이다.

최 위원장은 “은행 이익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지만 은행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신뢰를 높여줌으로써 지속가능한 이익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은행권에 가계부문 경기대응 완충자본 제도를 도입하고 새로운 예대율 규제도 올해 준비작업을 거쳐 내년 1월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경기대응 완충자본은 가계대출을 늘릴 때 자본을 더 쌓도록 하는 제도이고, 새 예대율은 가계대출의 위험 가중치를 상향 조정하고 기업대출은 하향 조정하는 제도다. 이 제도의 취지는 가계부문으로의 자금 쏠림을 차단하는데 있다.

이를 통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2021년 말까지 명목 GDP 성장률 수준(5%대)으로 줄이는 것이 금융당국의 목표다.

최 위원장은 “가계대출 관리 노력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금융회사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대출 관리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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