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증시는 나흘간의 설 연휴에 특별한 변수도 없는 가운데 비교적 차분한 한 주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엔 개장일도 7, 8일 이틀밖에 안 되는데다 변동성을 자극할 이벤트도 별로 없다.

그 중 주목할 만한 이벤트로는 설 연휴 마지막날(현지시간 5일) 미국 의회에서 진행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이 꼽힌다. 이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할지가 증시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와 미·중 및 북·미 관계 등에 대해 언급하면서 분야별 구상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내 경기 부양을 위한 방안으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밖에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이슈 등 국내문제는 물론 무역분쟁과 북한 비핵화 등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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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SOC 투자를 통한 경기부양책을 밝힐 경우 그 내용에 따라 증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의 정도가 가늠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전쟁에 대한 그의 생각이나 난국 돌파를 위해 제시될 그의 구상도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내용이 낙관적일지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다.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이틀간의 미·중 간 고위급 협상에서도 양측은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대해 만족할 만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 측의 입장 발표가 그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협상 결과를 두고 중국 신화통신은 “중요한 단계적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으나, 미국 측 협상단을 이끈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기자들에게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합의하려면 아직 해결할 것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국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장벽 예산과 관련해 새삼 강경론을 펼치며 국가비상사태를 언급한다든가, 대중(對中) 강경책을 공언할 경우 시장에서는 위험자산 기피 분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증시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과 랜들 퀄스 부의장(이상 현지시간 6일),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7일)의 연이은 연설도 관심을 가질 만한 이벤트다. 이들의 연설은 연준 통화정책의 새로운 흐름을 보다 확실히 가늠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로서는 기존의 기류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향후 미국 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 있는 가운데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과 GM, 트위터 등이 주중 내놓을 실적도 증시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외부 변수를 배제한다면 현재 국내 증시 환경은 무난한 편이다. 최근 들어 외국인들의 순매수가 이어지면서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가 일정 정도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듯 투자자예탁금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28조2083억원으로 늘어났다. 한달 전에 비해 3조3583억원(13.5%)이나 많아졌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입금시켜놓았거나, 주식 매도 후 찾지 않고 그대로 보관해두고 있는 돈을 의미한다. 이 돈의 규모가 커졌다는 것은 증시를 부양할 응력이 커졌다는 말과 상통한다.

한편 케이프투자증권은 이번 주 예상되는 코스피 등락 범위로 2170~2240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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