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조원태 대표이사가 한진그룹의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1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동일인 명단에 조원태 대표의 이름이 오른 것이다. 이는 조원태 대표가 한진그룹의 총수로 지정됐음을 의미한다.

앞서 공정위는 각 기업집단으로부터 동일인으로 지정될 대상을 전달받은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한진이 그룹의 동일인, 즉 총수를 누구로 내세울지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대체적 시각은 조원태 대표가 최근 별세한 조양호 전 회장의 뒤를 이어 한진그룹 총수가 되리라는데 모아져 있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한진은 내부 의견 불일치를 이유로 시일을 끌다 지난 13일에야 관련 서류를 공정위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 서류에서도 총수는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조원태 대표가 동일인으로 지정될 경우 나타날 지배구조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는 조양호 회장 사망 이후 아직까지 한진가 내부에서 후계구도에 대한 교통정리가 끝나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한진그룹 동일인으로 조원태 대표를 지명했다. 한진이 제출한 서류를 검토한 결과 현재로서는 조원태 대표가 실제로 기업집단을 이끌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간혹 공정위가 그룹의 총수를 지정하는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타나곤 한다. 이는 동일인의 정확한 의미, 그리고 공정위가 동일인을 지정하는 이유 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된 반응이다.

여기서 말하는 ‘동일인’은 공정거래법(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의 용어다. 두 개 이상의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이를 의미한다. 이로 인해 동일인은 ‘총수’와 같은 의미로 통용된다.

동일인은 자연인일 수도, 법인일 수도 있다. 자연인이라면 두 개 이상의 기업을, 법인이라면 또 다른 기업 1개 이상을 지배할 때 동일인으로 지정될 수 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총수인 동일인을 왜 정부 기관이 나서서 지정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의문은 공정위가 동일인을 지정하는 이유를 알면 저절로 풀린다. 공정위가 동일인을 지정하는 행위는 특정 자연인이나 법인으로 하여금 기업집단을 지배하도록 강제하거나 도우려는 것이 아니다. 누구를, 어느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할지는 전적으로 기업집단 내부의 일이다.

다만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지정 목적은 동일인과 특수관계에 있는 이들의 불법적인 경영 간섭이나 기업집단 이익의 편취 등을 막는데 있다. 예를 들면, 배우자나 가까운 친·인척 등이 그 대상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들은 공정위에 의해 보다 철저히 감시를 받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결국 공정위가 동일인을 지정하는 것은 감시 대상을 확정하기 위한 행위로 풀이될 수 있다.

이들 특수관계인이 특정 회사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을 경우엔 그 지분이 동일인의 지분에 더해져 ‘계열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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