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가 5일 당정협의를 통해 맥주와 탁주(막걸리) 과세 체계를 종량제로 바꾸기로 확정한 데 대해 주류 업계는 국산 주류의 가격 경쟁력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주류 과세 체계가 계획대로 개편된다면 주세가 100∼150원가량 떨어지는 국산 캔맥주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수입 맥주는 종류별로 세금이 오르거나 내릴 것으로 보인다.

저가 수입 맥주는 오히려 세금 부담이 늘어나게 되지만, 맥주 업계와 유통업계의 치열한 경쟁으로 ‘4캔에 1만원’ 수입 맥주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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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업계 관계자는 종량세 개편에 대해 “국산 주류의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에 부합하는 조치”라며 환영했다.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겨온 종가세 방식에서는 국산과 수입 맥주의 과세 기준이 달라서 수입 맥주에 상대적으로 세금이 덜 부과됐다.

당정은 우선 맥주와 탁주에 대해서는 알코올과 술의 용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로 바꾸기로 했다. 국산과 수입을 구별하지 않고 맥주와 탁주의 종량세율은 ℓ당 각각 830.3원과 41.7원으로 정했다.

이 경우 편의점에서 2850원 안팎에 팔리는 국산 500㎖ 캔맥주의 주세가 146원 내려간다. 355㎖ 캔맥주의 경우 주세가 103원 줄어든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주세 인하로 공장 출고가가 내려가면 소비자들이 편의점과 마트에서 더 싼 가격에 캔맥주를 살 수 있겠지만 술집 등에서 가격 인하가 될지는 해당 업체에서 결정하는 것이라 미지수”라고 말했다.

수입 맥주는 전체적으로 세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고가 맥주는 종량세로 오히려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기존 ℓ당 세 부담이 900∼1000원이었던 고가 수입 맥주는 830.3원으로 세 부담이 줄지만, ℓ당 세 부담이 700∼800원대인 저가품은 세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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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량세 도입으로 예상되는 또 다른 변화는 글로벌 맥주 업체들의 국내 생산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다른 맥주업계 관계자는 “수입 맥주와 국산 맥주 간 과세 불평등 문제가 사라질 경우 가격이나 품질 경쟁력 측면에서 맥주를 한국에서 현지 생산해 공급하는 것이 훨씬 유리해진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더 많은 ‘4캔 1만원’ 맥주를 접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판촉 경쟁이 한층 가열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일치된 예측이다.

이 관계자는 “세금이 늘어나는 수입 맥주라고 해도 시장경쟁 때문에 ‘4캔 1만원’ 행사를 그만두기 어렵고 세금이 줄어드는 맥주는 더욱 적극적으로 이 행사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종량세 도입으로 국산 맥주에 불리한 세제가 바로잡히면서 수입 맥주의 시장 점유율 확장에 제동이 걸릴지도 관심거리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수입 맥주의 시장 점유율은 2012년 4%대에서 2017년 20%로 5년 만에 4배 이상이나 성장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국산 맥주보다 다양한 수입 맥주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맥주 업계가 품질을 높이지 않는 한 수입 맥주의 시장 점유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코리아의 이오륜 선임연구원은 “주세개편으로 국산 맥주에 붙는 세금은 소폭 하락하고 수입 맥주에 붙는 세금은 상승할 것으로 보이나 실질적으로 소비자가 구매하는 가격에는 영향이 크지 않아 소비자들의 대규모 이동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국내 주요 맥주 업체가 최근 수입 맥주 포트폴리오를 늘리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다양한 맛을 찾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수입 맥주는 계속해서 강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탁주 업계도 종량세 전환이 막걸리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탁주 업계 관계자는 “기존 탁주 세율이 높지 않아서 세제개편에 따른 탁주 가격 변동은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도 “탁주 시장에서 고품질 원료를 사용한 막걸리 출시가 더 쉬워져 소비자 선택의 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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