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갈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또 한번 머리를 맞댄다. 두 사람 간의 정상회담은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진행되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마지막 날 열린다. 우여곡절 끝에 양자회담이 성사되자 미·중 무역갈등을 해소할 전기가 마련될지 모른다는 기대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미·중 정상회담이 임박해오면서 현실적 시나리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주도한 쪽은 미국 관리들이다. 비근한 예로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언론에 “G20 회의는 2500쪽짜리 합의문 내용을 협상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목적이 협상 타결에 맞춰져 있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또 “향후 방향에 대한 합의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해 이번 회담의 주제가 협상 재개 문제로 한정될 가능성을 예고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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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다른 고위 관리 역시 최근 AP 및 로이터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오사카 미·중 정상회담의 목표가 협상 재개 합의에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이를 종합하면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거둘 수 있는 최대 성과는 일정 기간 동안 관세 전쟁을 중단하고 협상을 재개하는데 합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화웨이 카드가 동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화웨이 문제가 포함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그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 시나리오대로 갈 경우 협상 타결 목표 시점은 올해 연말로 설정될 가능성이 크다. 연말까지 양측이 지구전을 펴면서 보다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밀고 당기기를 펼칠 것이란 뜻이다.

미·중 두 나라가 또 다시 휴전에 합의하기 위해 제시할 수 있는 양보 카드는 각각 고율관세 보류와 희토류 공급중단 위협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나머지 중국산 제품 3250억 달러어치에 대해 새로이 고율관세를 부과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중국은 희토류 공급 중단 위협을 거둬들인다는 것이 구체적 내용이다. 희토류는 미국의 기술산업을 유지해 나가는데 꼭 필요한 자원으로 꼽힌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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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현재 25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머지 3250억 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도 고율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상대를 으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 때도 별도회담을 갖고 무역갈등 의제를 논한 바 있다. 당시에도 두 정상은 90일간의 무역전쟁 휴전과 협상 재개에 합의했었다.

이후 재개된 고위급 협상을 통해 미국은 중국 측으로부터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금지 ▲미국 기업들의 지식재산권 보호 ▲사이버절도 방지 ▲중국 기업에 대한 산업보조금 지급 중단 ▲환율조작 금지 ▲농산물 및 서비스 시장 개방 등의 약속을 받아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미국 측 관계자들이 “협상이 90% 정도는 마무리됐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 측이 이 같은 내용을 관련 법률 개정을 통해 보장할 것을 중국에 요구하면서 상황은 다시 얼어붙었다. 상대가 자국 법률의 개정까지 요구하고 나오자 굴욕감을 느낀 중국이 태도를 바꾸며 다시 강경자세를 취하게 된 것이 협상 결렬의 직접 원인이었다.

서로가 대립된 의견만 남긴 채 돌아선 무대는 지난달 9~1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마지막 고위급 협상이었다. 그 이후 양측은 협상을 중단한 채 신경전을 펼쳤다. 미국은 협상이 결렬되자 지난달 10일부터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미국은 총 2500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고율관세를 부과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런저런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양측이 무역전쟁 휴전 등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 이 같이 전하며 두 나라가 추가 관세 부과와 희토류 공급중단 위협 등을 자제한다는데도 합의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양측이 이런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임으로써 이제 합의 절차와 발표만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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