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승차공유 스타트업과 택시 사업자들을 아우르기 위한 상생방안을 내놓았다. 택시업계의 사업 안정성을 보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모빌리티 산업의 새로운 성장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방안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가 제시한 방안은 혁신적 승차공유 서비스와는 거의 상관이 없는, 단순한 택시산업 활성화 방안이란 혹평을 받을 만한 것이었다. 택시 서비스를 다양화해 플랫폼 사업자별로 요금 수준도 차등화하도록 허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전반적인 택시요금 인상 효과를 초래할 것이란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크게는 모빌리티 사업 혁신을 위해, 작게는 승차공유 스타트업인 VCNC의 ‘타다’와 택시업계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당·정협의 등을 통해 마련한 이번 방안의 명칭은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이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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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17일 발표한 이 방안은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을 전면 허용하면서 택시 서비스를 다양화한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방안에 따르면 승차공유 플랫폼 사업자는 수익 일부를 기여금으로 내야 하며, 정부는 이 돈으로 매년 1000개 이상의 택시면허를 사들여 공급량을 조절하게 된다. 사업자는 반드시 택시면허가 있는 운전자를 기사로 써야 한다. 특정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 택시 외에 승용·승합차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이번 방안은 사실상 택시 면허 총량제 성격을 지닌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 기반 위에서 택시영업의 서비스와 요금을 다양화하도록 규제를 완화했다는 점도 주요 내용 중 하나다. 결국 택시 사업자들을 크게 의식한 방안이라 평가할 수 있다.

이번 방안에 담긴 플랫폼 사업자(택시)의 종류는 세 가지다. ▲규제혁신형(예: 타다) ▲가맹사업형(예: 웨이고) ▲중개사업형(예: 카카오)이 그것이다.

이중 규제혁신형은 택시 면허 총량을 넘지 않는 선에서 차량 대수를 정한 뒤 외관과 차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허용되는 플랫폼 택시다. 외관과 관련해서는 갓등과 도색 등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창의적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규제 문턱을 낮춘 것이라 할 수 있다.

대신 운전자에 대한 자격 조건은 보다 엄격해진다. 우선 운전자는 택시기사 자격을 갖춰야 하고 마약 및 성범죄 전과가 있거나 음주운전 이력을 가진 사람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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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종류로 승용·승합차 이용이 가능하지만 렌터카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규제혁신형 사업자는 운송사업을 허가받는 조건으로 일정액의 기여금을 내야 한다. 이들이 운행 대수나 횟수에 따라 내야 할 금액은 대략 차량 한 대당 월 40만원 정도가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 플랫폼 택시 유형의 도입으로 타다와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는 비로소 제도권에 안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렌터카 이용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차량을 모두 구입해야 하고, 기여금까지 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플랫폼 사업자의 타다식 렌터카 이용은 당초의 정부안엔 포함돼 있었으나 택시 업계의 반발을 의식해 막판에 누락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번째 유형인 가맹사업형은 이미 현행법 하에서도 사업이 가능한 서비스다. 이로 인해 이미 KST모빌리티 같은 사업자가 이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이 플랫폼 사업은 법인 또는 개인택시가 동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가맹사업 형태로 결합해 이동 서비스뿐 아니라 차별화된 개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테면 비오는 날 실내에서 택시를 부르면서 우산을 함께 가져다 달라고 주문하는 것 등을 연상할 수 있다. 관련 업체 측은 이 같은 물적 서비스 외에 인적 서비스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가맹사업형 플랫폼 택시 서비스의 면허 대수를 전체 택시의 4분의 1 수준까지 늘린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가맹사업형 서비스에 참여하는 법인택시 기사에겐 월급제가 의무적으로 적용된다.

세 번째인 중개사업형은 중개 앱을 이용해 승객과 서비스를 중개하는 방식을 취하는 서비스 유형이다. 이 유형은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로 운영된다. 기존의 택시 영업이 단지 앱을 통한 하나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뤄진다는 점 때문이다.

이 유형 역시 플랫폼을 통한 서비스의 다양화를 꾀하게 된다. 예를 들면 자녀 통학이나 통역 지원, 관광 및 비즈니스 지원, 여성 우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 같은 서비스의 허용은 규제 샌드박스 원칙 하에 이뤄지게 된다.

이상에서 보듯 정부의 이번 방안은 사실상 택시 사업 서비스의 다양화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 결과 기대됐던 혁신적 승차공유 서비스에 대한 방안은 찾아보기 어려운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장 타다만 해도 그렇다. 기존의 택시사업과 구분되는 거의 유일한 승차공유 서비스인 타다마저 사업을 유지하려면 막대한 자금을 새로 장만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현재 타다가 운용중인 카니발 차량(대당 3000만원 정도) 1000대를 구입하는 데만 해도 얼추 300억원이 필요하다. 택시 기사에 대한 임금도 크게 올라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기여금까지 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승차공유 사업자조차 이래저래 버티기 어려운 지경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스타트업이 승차공유 시장에 뛰어든다는 것은 더욱 생각하기 어렵다. 결국 이번 정부안은 승차공유 서비스에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혁신성을 가미해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영역을 개척하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부작용을 나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관련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뒤 올해 안에 하위 법령의 개정 작업까지 모두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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