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서둘러 내렸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예상 외의 선제적 조치’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 배경으로는 지금 못지않게 미래의 경제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는 한은의 판단이 주로 거론됐다. 즉, 한은이 서둘러 경기 부양을 자극할 요량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를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해 새로 제시했다. 수정 전망치는 불과 3개월 전의 그것보다 0..3%포인트나 낮은 2.2%였다.

이는 한은이 올해 하반기 성장세가 그만큼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음을 의미한다. 한은이 느꼈을 다급함은 미국의 금리 인하를 기다리지 않고 양국 간 금리차가 최대 1.0%포인트까지 벌어지는 것을 감수한데서 잘 드러난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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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한은은 경제성장률뿐 아니라 잠재성장률도 낮춰 제시했다. 한국은행이 앞서 제시한 2020년까지의 5년간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2.8~2.9%였다. 그러나 한은은 이번에 올해와 내년의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2.5~2.6%로 대폭 낮춰잡았다.

경제성장률이 단순히 경제 규모의 성장률을 의미하는 것과 달리 잠재성장률은 우리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의미한다. 가장 바람직한 성장률 상한선이라 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을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잠재성장률이 낮다는 것은 노동과 자본, 토지 등 생산요소를 모두 투입한다 해도 성장할 수 있는 폭이 제한적임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이미 성숙할 대로 성숙해 더 이상 투입할 생산요소가 많이 남아있지 않은 최상위 선진국들의 경우 대개 잠재성장률 추정치가 낮게 나타난다. 이들 국가의 실질성장률이 낮은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만약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앞서면 경기가 과열된 것으로 판단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려 열기를 식히려 노력한다. 경기가 과열되면 소비가 생산 능력을 웃돌면서 물가가 급히 오르고, 수입이 과도하게 늘어 경상수지가 악화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면 경기가 부진한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때 중앙은행은 금리를 끌어내려 시중 유동성을 늘리며 경기를 자극하는 게 일반적이다. 소비와 투자, 고용 등을 늘려 경기에 최대한 온기를 불어넣기 위함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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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적정 성장률을 가늠케 하는 잣대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잣대는 나라마다 다르기 마련이다. 중국이 6% 초반의 성장률을 기록해도 경기 부진을 말하고, 미국이 3%의 성장률만 달성해도 경기 호황이란 말이 나오는 것은 그런 이치 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잠재성장률이 날로 떨어지고 있는데 대해 한은은 나름의 분석 결과를 내놓고 있다. 한은이 제시한 잠재성장률 하락의 주요 이유는 2010년 이후부터 가속화된 15세 인구의 증가세 둔화, 투자 부진 등이다.

한편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또 다른 용어로 GDP(국내총생산)갭이란 말이 있다. GDP갭은 GDP 성장률에서 잠재성장률을 뺀 수치를 말한다. 이 값이 플러스를 나타내면 경기가 과열 조짐을 보이거나 과열돼 있음을 나타내고, 마이너스로 집계되면 그 반대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GDP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들어 마이너스 폭은 더 크게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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