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대를 실현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한은이 저마다 수정 발표를 통해 성장률 전망치를 2%대 초·중반으로 낮췄지만 이마저도 희망 사항으로 끝날 가능성이 곳곳에서 제기된다. 현재 정부와 한은이 제시한 전망치는 각각 2.5~2.6%, 2.2%다.

그러나 정부보다 더 보수적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한 한은조차 스스로의 전망치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올해 성장률이 한은의 수정 전망치를 밑돌 가능성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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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출석해 답변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 연합뉴스]

물론 정부나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에는 으레 기대치가 반영되기 마련이다. 지난 18일 한은이 새로 제시한 전망치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수치는 현재 국회에 장기 계류중인 추가경정 예산안이 통과된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었다. 반면 점차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예고된 일본의 수출 규제 파장은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 긍정적 요소는 그대로 반영하고, 부정적 요소는 최악의 경우를 배제한 가운데 전망치를 산출했다는 얘기다.

그 같은 자세를 무조건 나무랄 수는 없다. 정부 기관의 성장률 전망치에는 기대치 외에도 정책 의지가 반영되기 마련이고 응당 그래야 한다는 공감대도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

문제는 2.9%에서 시작된 성장률 전망치가 너무 가파르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최선으로 비치는 2.2% 성장이 달성된다 하더라도 이는 금융위기가 세계경제를 강타했던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지금 추세로 보면 2%대 성장도 실현하기 어려운 목표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한은의 최신 발표치보다 더 낮춰잡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가 43개 투자은행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토대로 산출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 평균값은 2.1%였다. 설문에 응한 투자은행 중엔 전망치를 1.4%로 제시한 곳도 있었다. 모건스탠리와 노무라는 나란히 1.8% 성장을 점쳤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한은을 포함한 굴지의 금융기관들이 예상하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한은이 추정하고 있는 잠재성장률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은이 새롭게 제시한 우리 경제의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은 2.5~2.6%다. 우리가 지닌 생산 요소들을 최대한 활용하면 무리 없이 이 정도 성장은 달성할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 속에선 그 선이 높게만 보인다.

성장률 전망이 더 낮아진 것은 상반기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것과 궤를 같이한다. 올해 1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은 -0.4%로 집계됐다. 2017년 4분기 이후 다섯 분기 만에 경험한 마이너스 성장이다.

2분기 성장 실적에 대한 전망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25일 한은이 발표할 2분기 성장률 속보치에 대한 기대도 그리 높지 못하다. 국내총생산(GDP)을 구성하는 주요 지출항목의 부진한 흐름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1분기 지출항목별 증감률이 현상황을 대변해 준다. 당시 자료를 보면 수출과 투자, 소비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세부적으로는 수출이 -3.2%, 설비투자가 -9.1%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또 하나의 주요 지출항목인 민간소비는 0.1%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처럼 1분기 성장 부진은 투자가 줄어든 가운데 지난해 연말부터 수출이 급격히 악화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민간소비마저 정체된 것과 관련이 있다. 특히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6월까지 7개월째 마이너스 성장(전년 동기 대비)을 이어오고 있다.

1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값을 나타낸 데는 작년 4분기에 집중된 정부지출의 약효와도 관련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1분기 들어서는 상대적으로 정부지출이 줄어들면서 나타난 기저효과가 그 원인이란 의미다.

이는 전분기 대비 2분기 성장이 1분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2분기엔 최소 1%대 성장은 달성해야 한은의 올해 수정 목표치에 도달할 가능성을 살려갈 수 있다.

일단 이주열 한은 총재는 23일 국회 답변에서 2분기 성장률이 1%는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의 예상이 맞다면 올해 성장률 목표치 달성에 대한 희망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여기엔 하반기 흐름이 정부나 한은의 기대대로 이어진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 전제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는 등 외부 변수가 더 이상 악화하지 않는다는 것, 추경안이 속히 국회에서 통과되고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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