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뷰] 취업자 45만 증가는 기저효과로 인한 착시…내실은 ‘그럭저럭’

8월 고용동향에서 괄목상대할 만한 성과가 나왔다. 일단 표면상으론 그렇다. 하지만 실속은 명목 실적만큼 풍성하지 못하다. 한마디로 총평하자면 최악은 면한 정도라 할 수 있다.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은 수치상으로는 요란하다 싶을 정도로 화려하다. 우선 전년 같은 달 대비 취업자 증가폭이 45만2000명이나 됐다. 8월 기준 전체 취업자 수는 2735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에 비해 1.7%나 증가한 수치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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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은 3.0%로 나타났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0%포인트나 하락했다. 같은 달 기준으로만 보면 6년 만에 가장 양호한 성적이다.

실업자도 대폭 줄어들었다. 줄곧 100만을 웃돌던 수치가 85만8000명으로 뚝 떨어졌다. 작년 8월과 비교하면 27만5000명, 비율로는 24.3%나 감소했다. 실업자 수가 모든 연령대에서 감소했다는 점, 20대에서의 감소폭이 11만7000명이나 됐다는 점 등은 특히 고무적이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8월 기준 실업률은 7.2%로 1년 전보다 2.8%포인트 감소했다. 43만5000명이던 청년 실업자가 30만8000명으로 줄어들었으니 증감률로는 마이너스 30%에 육박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도 전년 동월 대비 0.5%포인트 상승한 67.0%를 기록했다. 이는 65세 이상 고용동향을 별도로 집계하기 시작한 1989년 이래 8월 기준으로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위의 여러 지표 중에서도 8월 고용실적을 가장 분명하게 대변해주는 것이 취업자 증가폭이다. 따라서 월별 취업자 증가폭은 정부나 언론이 가장 크게 관심을 갖는 항목이기도 하다. 이 기록이 45만명을 넘겼다는 것은 그 자체만 놓고 보면 경이적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월별 증가폭은 2017년 3월 46만3000명을 찍은 이후 2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기록이다. 8월만 놓고 따졌을 때는 2014년의 67만명 이후 가장 좋은 성과다. 문재인 정부 들어 취업자 증가폭이 평균적으로 크게 줄어든 것에 비하면 대단한 실적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서서히 커지고 있지만 월별 취업자 증가폭은 작년에 최악의 기록을 남겼다. 특히 7, 8월의 취업자 증가폭은 각각 5000명과 3000명을 기록했다. 수치상으로는 얼추 제자리 걸음을 했다지만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재정을 쏟아부은 것을 감안하면 본전도 못 건진 처참한 성적표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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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를 떠올리면 올해 8월 고용 실적은 눈길을 잡아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수치만큼 내용은 화려하지 못하다.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면 결코 후한 점수를 줄 내용은 아니다.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이 기저효과에 의한 착시 현상이다. 즉, 취업자 증가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던 작년 8월을 비교 시점으로 삼다 보니 실적이 실제 이상으로 부풀려져 나타났다는 얘기다. 올해 7월의 취업자 증가폭이 무난한 수준인 29만9000명을 기록한 것도 기저효과 덕분이었다고 지적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유추하자면 1년 뒤쯤 발표될 2020년 8월의 취업자 증가폭은 기저효과로 인해 실제보다 축소된 실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동향의 세부 내용도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업종별로는 양질의 일자리가 몰려 있는 제조업과 금융·보험업에서, 연령대별로는 30대와 40대에서 취업자 수가 줄어든 점이 대표적인 원인들이다.

제조업 부문에서는 취업자 수가 1년 만에 2만4000명 감소했다. 30대와 40대의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감소폭은 각각 9000명, 12만7000명이었다.

그중 다행인 점은 30대 고용률이 1년 전보다 0.9%포인트 개선된 76.0%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40대 고용률은 전년 동월보다 소폭(0.2%포인트) 감소한 78.5%를 나타냈다. 이들 연령대의 취업자 수가 적지 않게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률이 개선되거나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한 것은 30~40대 인구 감소에 기인한다.

정부가 고용 동향에 대해 비판적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을 향해 고용률을 주목해달라고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구가 줄어들면 취업자 증가폭이 덩달아 줄어들기 마련이므로, 진짜 중요한 것은 취업자 증가 수치가 아니라 고용률이라는 게 정부의 변이다.

하지만 정부의 주장을 전적으로 수용한다 할지라도 유일하게 40대 고용률만이 마이너스 실적을 보였다는 점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40대는 우리 사회와 각 가정에서 중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어서 이들의 실직이 주는 사회적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제조업과 금융·보험업 부문(-4만5000명)에서 취업자 수가 줄어들고 대신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17만4000명), 숙박·음식점업(10만4000명) 등에서 일자리가 주로 늘어난 것도 달갑지 않은 대목이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든 단기간의 노인 일자리와 청년 알바 등이 증가한 데 힘입어 고용동향이 개선된 것처럼 비쳐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통계청 관계자도 숙박·음식점업을 중심으로 한 청년층의 구직활동 증가가 8월 실업자 감소의 주된 원인이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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