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까지 납부해야 하는 주택분 재산세 때문에 열불이 난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지난 7월에 이어 또 한 번 대폭 오른 재산세가 표기된 고지서를 받아든 탓이다. 특히 중산층의 불만 강도가 높다. 이들 중 다수는 현금 부자도 못 되는 주제에 한도인 30%선까지 증가한 재산세를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재산세는 수입이 늘어나지 않아도 고지되는 대로 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증가율에 더욱 민감한 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세목이다. 현재의 소득과 무관한 것은 물론 미실현 소득에 대해 과세를 한다는 점도 저항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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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서 받은 ‘최근 3년간 주택분 재산세 과세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올해 재산세를 작년보다 30%나 더 내야 하는 가구가 28만을 넘었다. 작년에 인상률 30% 한도를 채운 가구가 5만을 겨우 넘겼던데 비하면 배수가 5.6에 이른다.

30% 한도만큼 오른 재산세 납부 고지서를 받아든 가구 중엔 전년도에 5% 내외의 상승률이 반영된 재산세를 낸 이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정도면 ‘세금 폭탄’이란 말이 결코 과장일 수 없다. 물가와 월급이 30% 수준까지 올랐다면 재산세 30% 인상은 크게 문제될 일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디플레이션 논란이 일 정도로 물가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근로자나 자영업자들의 소득 변동 또한 그 수준을 맴도는 현실에서 벌어진 재산세 30% 증가는 기가 막힐 일이다.

늘어나는 것은 재산세만이 아니다. 근로소득자들은 내년부터 월급에서 원천 징수되는 사회보험료 부담이 월급의 9% 가까이 올라가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문재인 케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됐고, 사상 최대의 실업급여 지급으로 고용보험기금 중 실업급여 계정의 안정성이 크게 훼손된 것 등이 원인이다.

사회보장 강화 명목으로 밀어붙인 선심성 정책들이 하나 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그 부담은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한 정권이 아니라 납세자들의 몫으로 남겨질 수밖에 없다. 국민 각자가 납세자의 입장에서 포퓰리즘 정책의 남발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포퓰리즘 정책에 의해 고갈되는 국가재정은 국채 발행으로 메워야 하고, 그런 유의 국가채무는 결국은 적자성 채무로 남아 후대에까지 인계될 수 있다.

재산세 폭탄과 사회보험료 부담의 가파른 증가는 사회 전반의 소비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특히 경제 활동의 주축인 중산층이 지갑을 닫으면 소비가 어떻게 될지는 불문가지다. 소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가중되는 세금 및 준조세 부담은 중산층 비중을 줄이는 결과까지 낳을 수 있다.

[그래픽 = 국회 예산정책처 제공]
[그래픽 = 국회 예산정책처 제공]

그러지 않아도 현 정부 들어 중산층 비중은 갈수록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의 추세대로 경제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가운데 증세 정책이 유지된다면 중산층 비중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재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510조원 이상으로 짜놓은 뒤 이를 관철하려 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심의를 앞두고 광역시도와 차례로 예산정책심의를 벌이며 원안 통과를 위한 결의를 다지고 있다. 정부예산안 513조는 지난해보다 9.3%나 증가한 규모다. 세수 감소를 예상하면서도 적자국채를 발행할 요량으로 대폭 늘린 정부 예산안이 확정된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 국민들도 일본의 예처럼 ‘부자 나라의 가난한 국민’들로 허리띠를 졸라매며 살아갈 운명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 조짐은 우리 사회에서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손 큰 정부의 씀씀이가 통제 범위를 넘어 과속으로 진행된다면 일본이 아니라 아르헨티나처럼 국부 자체가 오그라들어 공멸하는 상황을 만날 수도 있다.

30%나 늘어난 재산세를 내야 하는 사람들 중엔 집 한 채 겨우 장만해 이를 토대로 노후생활을 이어가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현금자산도, 일정한 소득도 없지만 평생 땀흘려 장만한 집 한 채의 공시가격이 올라가는 바람에 세금 폭탄을 떠안은 이들이다. 이들 중엔 전에 없던 종합부동산세 폭탄까지 맞아야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소득이 없거나 늘지 않는 가운데 커지는 세금 부담은 그 자체가 민생고다.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가혹한 정치(과세)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란 말이 괜히 생겨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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