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6일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을 공개하면서 올해 1분기중 전 산업을 망라한 임금근로 일자리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만3000개 늘었다고 밝혔다. 2월을 기준월로 집계한 결과 올해 1분기 임금근로 일자리는 1824만8000개였다. 1년 전 대비 증가율은 2.8%로 집계됐다.

임금근로 일자리는 아직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한 개념일 수 있다. 통계청이 산업별 일자리 증감 현황까지 파악해 분기별로 관련 통계치를 처음 발표한 것은 2018년 3분기 동향이었다.

‘임금근로 일자리’는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월별 고용동향의 ‘취업자’와는 다른 개념이다. ‘취업자’가 임금 및 비임금 근로자를 망라한 수를 의미하는 것과 달리 ‘임금근로 일자리’는 임금을 받고 일하는 일자리를 가리킨다. 단위 역시 취업자가 ‘명’인 데 비해 ‘임금근로 일자리’는 ‘개’로 표기된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투잡 근로자를 연상하면 두 개 개념의 차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A라는 사람이 주중과 주말에 각각 다른 일에 임금 금로자로 종사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취업자’는 A라는 사람 1명으로 집계되지만 임금근로 일자리는 복수로 집계된다. A가 주말에 하는 일에 대해서는 근로일수를 따져 가중치를 산정한 뒤 일자리 수에 가산된다.

이런 방식으로 산정한 올해 1분기의 임금근로 일자리 수가 50만개 이상 늘었다는 것이 통계청 발표의 요지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정확하게 이해했다고 할 수 있을까. 주지하다시피 통계 자료는 해석하기에 따라 그 의미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따라서 통계청이나 한국은행 등 정부기관들은 통계 자료를 발표할 때 특별히 유의미한 수치가 아닌 한 해석을 최대한 자제하는 게 보통이다. 해석은 학자나 언론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떤 경우든 정치적 해석은 금물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이번에 발표된 1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은 ‘50만 이상 증가’라는 외형만큼 내용이 화려한 것은 아니다.

우선 연령대별 일자리 증가 현황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자료에 의하면 60대 이상 임금근로 일자리가 28만2000개나 증가했다. 문제는 이 일자리 대부분이 정부의 재정 투입에 의한 단기간 및 단시간 일자리들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50대 일자리 증가분 18만7000개를 더하면 50세 이상 장·노년층의 일자리 수 증가폭은 47만개를 넘보게 된다. 새롭게 만들어진 일자리 대부분이 50대 이상에게 돌아갔음을 알 수 있다. 이들에게 주어진 일자리들의 질이 어땠을지는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사회의 주축으로서 통상 안정적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가장 많이 누리는 계층인 40대 일자리는 2만개나 감소했다. 40대 일자리의 구성비도 1년 전에 비해 0.9%포인트 줄어든 25.1%로 집계됐다. 이 점 또한 고용 시장 상황이 질적으로 악화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척도다.

40대 일자리 감소엔 좀 더 따져볼 이면이 있기는 하다. 언론 보도에 대한 정부의 불만도 그 이면을 제대로 짚어주지 않는다는 데서 비롯된다. 실제로 정부의 불만엔 수긍이 가는 측면도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그 첫째는 40대 인구 감소다. 40대 인구 자체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감소하고 있는 만큼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구성비도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이 점 또한 일리 있는 지적이다.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19년 2월 고용동향을 보면 정부의 설명을 뒷받침하는 정황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의 40대 인구는 1년 전의 848만4000명보다 14만명 줄어든 834만4000명이었다. 같은 기간에 줄어든 40대 취업자 수는 12만8000명이었다. 인구가 줄어든 숫자와 비슷하게 취업자 수도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이로 인해 정부는 취업자 증가폭 자체보다 고용률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한다. 40대의 경우 지난 2월 기준 고용률은 1년 같은 기간보다 0.2%포인트 줄어든 78.3%였다. 취업자 감소폭(12만8000명)만 놓고 보면 상황이 심각한 것 같지만 고용률로 보면 감소폭이 비교적 미미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고용률만 따진다고 해서 고용 상황이 좋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취업자 감소폭(11만5000명)으로만 보면 40대보다 덜 심각한 것 같았던 30대 고용률이 1년 전보다 0.5%포인트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2월의 30대 고용률은 40대보다 훨씬 나쁜 74.9%였다.

전 연령층을 종합해볼 때 30대와 40대에서만 고용률이 감소했다는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는 인구 감소 요인을 반영하더라도 30~40대 고용이 유독 1년 전보다 악화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단, 취업자가 아닌, 임금근로 일자리 수로 따지면 30대의 경우 지난 1분기에 1만5000개 늘어났다.

지난 1분기 임금근로 일자리를 산업대분류별로 집계한 자료를 보면 보건·사회복지업에서 17만3000개가 늘어난 반면 제조업(-2만개)과 건설업(-5만6000매)에서 상당수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역시 일자리 현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단기간 단시간 고령자 고용이 많은 보건·사회복지 분야에서만 일자리가 크게 늘어났을 뿐 양질의 일자리가 보장되는 제조업 및 건설업에서는 부진한 양상이 이어진 탓이다.

이로 인해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2020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우리 고용 현황을 비판적으로 진단했다. 연구원은 취업자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긴 하지만 고용시장이 추세적 회복세를 보이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입장을 취했다. 근래의 취업자 증가 현상이 고령층과 단기 근로자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그 논리적 근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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