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경기도 북부 일대를 휩쓸며 혼란을 키우고 있다. 파주에서 시작된 이 질병이 연천과 김포, 인천 강화군에서도 연이어 발생되는 바람에 27일 현재 확진 농가 수는 총 9곳에 이르게 됐고, 이중 5곳은 강화에 몰려있다.

강화군에서 ASF가 무더기로 확진되자 당국은 현지 의견을 수용해 군내에서 사육되고 있던 돼지 모두에 대해 예방적 살처분을 단행하기로 했다. 최대 한도 수준의 강력한 조치로서 당국의 방역 의지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결단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로써 ASF로 인한 국내 살처분 돼지 수는 9만을 헤아리게 됐다. 이 모든 게 ASF 최초 발생 열흘여만에 벌어진 일들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이는 ASF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을 때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적어도 외국의 사례나 전문가들의 소견에 비춰봤을 때는 ASF가 이토록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되리라 짐작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ASF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면서도 공기전파가 안 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마치 세균성 질환처럼 감염체의 분비물 또는 직·간접 접촉을 통해서만 전염이 이뤄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직·간접 접촉은 돼지과 동물끼리의, 또는 동물과 사람의 접촉 등을 의미한다.

ASF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전염되지 않는 이유는 입자가 크다는 점에서 찾아진다. 크기가 바이러스 치고는 큰 200nm 정도라 한다. 그 덕분에 독감 등 일반적인 바이러스성 질환에 비해 감염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소견이다.

전파 경로나 발생 원인 등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만큼 한 곳에서 발생한 질병이 다른 곳으로 옮아간 것인지, 아니면 발생농가 각자가 독립적 경로를 갖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ASF가 경기 북부이면서 군사분계선과 가까운 지역에 한해 띠 모양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추가 발생이 가능한 지역을 예측하거나, 지도상에 가상의 1차 저지선을 그린 뒤 방역작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펼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이 점을 참고하면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는 ASF가 경기 북부권에서 남하하는 것을 막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크게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 사람의 왕래를 차단하는 일일 것이다. 사람의 움직임을 수반하는 차량 이동도 마찬가지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여기엔 예외가 없어야 한다. 예외 사례로 우려되는 것 중 하나가 정치인들의 이벤트성 피해 현장 방문이다. 정치인들의 사진찍기용 방문이 바이러스 전파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현재 방역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지역을 벗어나려면 목욕과 소독 등을 마쳐야 하는 동시에 소지품을 소각처리할 정도로 엄격한 과정을 거친다. 그런 판국에 정치인들이 떼지어 현장을 둘러보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의전상 예우에 신경쓰느라 안전수칙을 무시하거나 바쁜 일손이 방해받을 가능성만 커진다.

정말로 피해 농가 등 지역민들을 도와줄 요량이라면 그들의 의견을 수렴해 법적·제도적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을 해주는 게 정치인들의 바른 자세다. 사람과 차량의 이동이 금지되면 발병 지역의 피해는 축산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지역 경제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럴 경우 경주·포항 지진이나 강원산불 등의 예에서처럼 정쟁에 말려 피해 구제가 느려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론 ASF 방역이 사람과 차량, 멧돼지 등의 차단만 완벽히 한다고 해서 보장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일찍이 농림축산검역본부도 밝혔듯이 모기 등 흡혈곤충에 의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따라서 방역 당국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위험한 매개수단은 역시 사람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니 일단 사람과 차량의 이동제한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방역 저지선 밖에 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차단 방역에 힘쓰는 이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통제에 충실히 따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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