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평가 대상 141개 나라 중 13위인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평가에서 올해 순위가 그렇게 매겨진 것이다. WEF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2019년 국가경쟁력 평가결과’를 지난 9일 공개했다. 한국의 순위는 지난해 같은 방식의 평가 때보다 2계단 올라갔다. 2017년 당시 순위에 비하면 4계단 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2017년과 그 이전 해에 매겨진 순위를 올해 순위와 직접 비교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WEF가 지난해부터 순위 산정 방식을 변경한 것이 그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순위가 2017년 당시보다 4계단 상승했다고 하는 것은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면 당시 순위가 17위에 해당한다는 데서 비롯된 주장이다.

[그래픽 = WEF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WEF 제공/연합뉴스]

2018년부터 바뀐 평가 기준엔 광케이블 인터넷 가입자 등 4차 산업혁명과 글로벌 금융위기 경험 등 경제환경 변화가 새로운 평가항목으로 추가됐다. 이런 점들이 IT(정보기술) 및 ICT(정보통신기술) 강국인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한 측면이 있다.

이전 평가항목대로 매겨진 세계 순위에서 한국은 2017년까지 4년 연속 26위에 랭크됐었다. 이를 감안하면 1990년대 후반부터 다져온 ICT 인프라가 뒤늦게 빛을 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 이유로 보면, 직접 비교가 가능한 지난해에 비해 국가경쟁력이 2계단 올랐다는 것도 올해 갑자기 상황이 개선된 데 따른 것은 아니다. 이 역시 이미 구축된 ICT 관련 인프라와 기술 개발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12개의 세부 항목 중 ‘ICT 적용’과 ‘거시경제 안정성’ 항목에서 우리나라는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인프라 스트럭처’에서도 6위라는 높은 순위를 부여받았다. ‘기관’이란 항목에서는 26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다른 세부 항목에서의 점수는 신통치 않았다. ‘혁신 역량’이 6위, ‘건강’이 8위를 마크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종합순위에 못 미치는 순위를 나타냈다. 기업의 활력을 보여주는 ‘사업 역동성’은 25위에 그쳤고 ‘기술’은 그보다도 못한 27위에 랭크됐다. 이중 ‘사업 역동성’은 정부 규제의 정도와 조세 부담, 정부 정책의 안정성 등을 기초자료로 삼아 평가되는 항목이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점은 ‘제품시장’이 59위, ‘노동시장’이 51위로 처졌다는 사실이다. ‘제품시장’은 외국 기업에 대한 개방성이나 시장 왜곡의 정도 등을 측정해 매기는 항목이다. 따라서 이는 우리 시장이 그만큼 외국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곳이 아님을 보여주는 척도라 할 수 있다.

‘노동시장’이 50위권 밖으로 밀렸다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 항목은 고용의 유연성, 다시 말해 인력의 재구성 및 관리와 인적 자원의 활용 정도 등을 토대로 평가된다. 구체적으로는 노사협력, 정리해고에 드는 비용 등이 평가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우리의 ‘노동시장’ 관련 순위는 우리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이번 WEF의 평가 결과는 마냥 반길 만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2년 연속 순위가 2계단씩 올라간 것만을 앞세워 우리의 국가경쟁력이 개선됐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뜻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 역시 올해 순위가 발표된 직후 “2017년과 2019년 순위를 단순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고 말했다. 평가방식 변경에 따른 순위 상승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여기에 더해 세부 내용까지 파고들면 평가 결과에 대한 만족도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부내용에서 나타난 각종 문제점들은 정책 운용과 관련돼 있는 만큼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다. 정부가 이 점을 깊이 유념해야 우리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한 번 더 도약할 계기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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