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사태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그 불똥은 홍콩 너머의 국제 무대로 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홍콩 인권법안(홍콩 인권 및 민주주의 법안)이다. 홍콩 인권법안은 현재 미국의 상·하 양원을 통과한 상태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두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그러지 않아도 서로 발톱을 세운 채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골은 한층 깊어질 수밖에 없다.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기 위해 마련된 이 법안은 홍콩인들의 인권과 자유를 억압한 주역들에 대해 미국 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 시위 사태. [사진 = AP/연합뉴스]
시위를 진압하고 있는 홍콩 경찰. [사진 = AP/연합뉴스]

중국은 이 법안의 효력을 공식화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내정 간섭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홍콩 인권법이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떠오르면서 미·중 무역협상단 간에 도출된 ‘1단계 합의’에 대한 마무리 작업 과정도 한층 험난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법안에 서명할 경우 중국이 기존의 세부 합의 내용마저 철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우리 정부 경제정책 당국의 고위 관계자가 홍콩사태를 ‘꼬리위험’이라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발언의 주인공은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었다.

김 차관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확대거시경제 금융회의 발언을 통해 “홍콩사태를 경제의 ‘꼬리위험’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외환시장에서 특별한 이상 징후가 보이면 적시에 안정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홍콩사태가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추가 변수로 등장했다는 전제 하에 그 전개 과정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그는 그러나 우리 경제가 대외 충격에 견딜 만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과도하게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 차관의 이날 발언은 홍콩사태가 우리에게 줄 충격이 클 수는 있지만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점, 그리고 그 같은 조짐이 보일 경우 적기 대응을 하면 우리가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다는 점을 동시에 강조하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각 경제 주체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것도 하나의 목적이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홍콩 시위 사태. [사진 = AFP/연합뉴스]
홍콩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 모습. [사진 = AFP/연합뉴스]

김 차관이 언급한 ‘꼬리위험(Tail Risk)’은 발생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일단 발생하면 경제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위험을 지칭하는 용어다. 이 용어 중의 ‘꼬리’라는 말은 통계상 나타나는 특정값의 비율을 그래프로 그렸을 때 그 모양이 종 모양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유래됐다. 가운데가 불룩하게 치솟고, 중심에서 양쪽으로 멀어질수록 그래프 선이 급격히 낮아지는 대칭 모양의 이 그림을 정규분포도라 한다.

즉, ‘꼬리위험’에서의 ‘꼬리’는 정규분포도의 가느다란 양극단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그래프 선이 바닥에 가까이 접근해 있는 만큼 이 부분에 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할 확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

현대 경제사에서 나타난 ‘꼬리위험’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것이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다. 이 사태 이후 세계경제에서는 ‘꼬리위험’이 나타날 확률이 보다 높아졌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와 관련해 거론돼온 ‘꼬리위험’에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 주식이나 채권 등의 투매, 세계적 디플레이션, 브렉시트 등이 포함돼 있다.

한편 ‘꼬리위험’과 함께 자주 쓰이는 경제적 위험의 종류로는 ‘블랙 스완(검은 백조)’이 있다. ‘블랙 스완’은 도저히 실현될 것 같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현실 속에서 나타나는 위험요소를 가리키는 용어다. 검은 백조는 없다는 것이 일반적 상식인데 실제로 검은 백조가 나타나는 경우를 상정해 만들어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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