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부문 경제주체들의 경기에 대한 체감이 다소나마 긍정적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기업과 소비자들의 경기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지수들은 11월 들어 일제히 개선되는 양상을 보였다. 구체적으로는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망라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경제심리지수(ESI) 모두가 전달에 비해 일제히 상승했다.

BSI는 기업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들의 판단과 향후 전망을 토대로 일정한 방식에 의해 작성되는 지수다. 이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경기가 좋다고 느끼는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100 미만이면 그 반대인 것으로 해석된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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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I는 기업과 소비자 등 민간 부문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 산출하는 지수다. 여기엔 BSI와 소비자태도지수(CSI)가 모두 포함된다. 이로 인해 ESI는 민간 부분 전체를 상대로 산출한 경제심리지수로 통칭된다.

이 같은 지수들의 개선은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BSI 및 ESI’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11월의 전(全)산업 업황 BSI는 전달보다 1포인트 개선된 74를 기록했다. 이중 제조업 업황 BSI는 74로 2포인트, 비제조업 업황 BSI는 75로 1포인트 각각 개선된 모습을 나타냈다.

발표 내용 중 특히 주목할 만한 대목은 ESI 순환변동치가 91.1로 전달에 비해 0.1포인트 향상됐다는 점이다. ESI 순환변동치는 ESI 원계열에서 계절적 요인 및 기타 불규칙한 변동 요인을 제거한 뒤 산출해낸 지표로서 경제심리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참고가 되는 지표다.

그 폭은 미미했지만 전월 대비 ESI 순환변동치의 상승은 2017년 10월의 0.2포인트 상승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당시 100을 넘보던 ESI 순환변동치는 줄곧 내리막길을 달리더니 지난 10월엔 10년 만에 최저 수준인 91까지 떨어졌다.

따라서 이날 발표된 ESI 순환변동치 자료는 경기에 대한 민간의 심리가 25개월 만에 개선되는 기미를 나타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해당 지수의 유턴은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민간의 심리를 반영한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된 기업들의 업황 BSI 개선도 긍정적 신호로 해석될 여지를 안고 있다. 일단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업황 BSI가 한결같이 기준선인 100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에서 보면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안 좋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제조업 업황 BSI의 경우 전달 대비 상승세를 3개월째 이어가며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조업 업황 BSI는 지난 8월 68까지 떨어졌다가 그 다음달부터 71, 72, 74 등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제조업 업황 BSI의 구성 요소들을 들여다보면 대기업과 수출기업들의 상황이 여전히 녹록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대기업과 수출기업의 업황 BSI는 각각 2포인트씩 떨어지며 나란히 78을 기록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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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부진을 상쇄해준 쪽은 중소기업과 내수기업이었다. 11월의 중소기업 업황 BSI는 전달보다 5포인트 상승한 69를, 내수기업의 해당 지수는 3포인트 오른 71을 기록했다. 한은은 대기업과 수출기업의 지수가 전달보다 악화된 이유로 석유화학 업종의 정제 마진 감소를 지목했다.

제조업 부문의 업황 추이와 관련, 한은 관계자는 “기업 심리가 횡보하고 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비제조업 부문의 업황 BSI 역시 상승세로 돌아선 모습을 나타냈다. 이날 발표 자료에 나타난 11월 비제조업의 업황 BSI는 전달보다 1포인트 올라 75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지난 8월 70까지 내려갔다가 이후 석 달째 오름세를 보였다. 이 지수의 경우 전반적으로는 지난해 상반기 이후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다가 최근 들어 장기평균치(75, 2003년 1월~2018년 12월 평균치)에 접근해가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이상의 자료들은 우리경제가 최근 들어 바닥을 다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일각의 분석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한은 관계자가 말하는 “기업 심리 횡보” “저점 확인 중” 등의 표현도 이와 무관치 않은 듯 보인다.

지난 9월 정부는 우리 경제가 2017년 9월 정점을 찍고 장기 하강국면을 이어오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아직 저점이 언제일지에 대한 의견은 통일돼 있지 않지만, 경기가 2년여의 하강을 마치고 상승 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은 간간이 제기돼왔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KDI)은 우리 경제가 올해 4분기 또는 내년 상반기 중 저점을 지날 것이라 점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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