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바닥론이 간간이 거론되는 가운데 ‘더블 딥’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우리 경제가 곧 장기 침체에서 벗어날 것이란 일각의 낙관론을 경계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더블 딥은 침체 일로를 걷던 경기가 잠시 회복하는 듯하다가 다시 가라앉는 것을 가리키는 경제용어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기 그래프가 두 번의 V자를 연이어 그리는 모습을 나타낸다. 문자 그대로 두 번의 연이은 하강(Dip)을 더블 딥이라 부른다.

더블 딥에서 말하는 하강의 기간은 통상 두 개 분기 이상을 의미한다. 즉, 2분기 이상 연속으로 하강하던 경기가 잠시 상승하다가 다시 반년 이상 하강하는 모습을 보일 때 더블 딥이란 표현이 사용되곤 한다. 지금 우리 경제가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아니라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한 민간 경제연구원에서 제기된 것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경고를 발신한 곳은 현대경제연구원이었다. 이 연구원은 민간 기구답게 평소 우리 경제에 대해 정부 기관보다 냉정하고 현실적인 진단을 내려왔다. 일례로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해 현대경제연구원은 일찌감치 1%대의 수치를 전망치로 제시한 바 있다. 연구원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 역시 2.3% 미만으로 제시하고 있다.

민간 연구기관들은 경제 흐름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기초로 기업 운영에 도움을 주고자 하기 때문에 인식 자체가 현실적이다. 한국은행 같은 정부 기관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국책연구기관이 경제 지표에 대한 전망치를 내놓을 때 경제주체들의 심리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차이로 인해 시간이 지난 뒤 되돌아보면 대체로 민간 기관들의 전망치가 보다 현실적이었음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번에 나온 현대경제연구원의 더블 딥 경고 역시 가볍게 흘려넘길 일이 아니다. 반드시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방심하면 더블 딥이 올 수 있다는 것은 우리 경제가 성쇠의 기로에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연구원은 지난 8일 ‘경기 바닥론 속 더블딥 가능성 상존’이란 보고서를 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경기 바닥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하방 리스크를 줄여가지 않을 경우 더블 딥이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 요지였다.

보고서 작성자인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현재 우리 경제의 반등 조짐이 미약하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삼았다. 대표적 경기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9월 들어 99.5로 소폭 오른 것은 맞지만 그 수치가 10월 들어 다시 99.4로 하락한 것이 그가 제시한 사례 중 하나였다. 3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4%에 그치는 바람에 올해의 연간 성장률이 2%선을 넘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부정적 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래픽 = 현대경제연구원 제공]
[그래픽 = 현대경제연구원 제공]

주 실장은 우리 경제를 더블 딥에 빠져들게 할 위험 요인으로 중국과 인도 등을 포함하는 신흥국들의 경제 성장세 둔화를 꼽았다. 그로 인해 우리 수출과 기업 투자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으로 재정의 확장적 운용과 신남방정책의 적극적 추진을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낙관론을 경계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몇몇 경제관련 거시지표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자 바닥론을 거론하는 목소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닥론을 뒷받침하는 지표로 앞서 언급된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외에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경제심리지수(ESI)를 들 수 있다. BSI는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과 향후 전망을 토대로 작성되는 지수다. 이 수치는 100을 기준으로 작성되는데 이 수치의 높낮이는 기업들의 경기에 대한 인식을 대변해준다. ESI는 기업과 소비자 등 민간 부문 전반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지수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11월의 전년 동월 대비 전산업 업황 BSI는 전달에 비해 1포인트 올라간 74를 나타냈다. ESI 순환변동치 또한 전달보다 0.1포인트 개선된 91.1을 기록했다. ESI의 개선은 2017년 10월 0.2포인트 개선 이후 처음 있는 일이어서 특히 주목할 만했다. 이는 미미하지만 모처럼 경제심리의 흐름이 긍정적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로 평가될 수 있다.

이 발표가 있기 전 KDI는 이미 우리 경제가 올해 4분기 또는 내년 상반기 중 바닥을 칠 것이란 분석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분석이 맞아떨어진다면 우리 경제는 2017년 9월 정점을 찍은 이후 이어진 하강 행진을 마감하고 조만간 반등하는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이번 보고서는 이러한 바닥론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작용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즉, 적절히 대응하면 반등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을 경우 오히려 더블 딥에 빠져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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