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를 지배했던 긴장감이 최근 며칠 사이 다소나마 완화될 기미를 보였다. 덩달아 시장에 퍼져 있던 불확실성도 조금씩 약화되기 시작했다. 주요 악재인 미·중 무역 갈등과 노딜 브렉시트 현실화 가능성이 상당 부분 해소된 것 등이 그 원인이다. 미·중 갈등은 양측의 ‘1단계 합의안’ 마련에 의해, 노딜 브렉시트 위험성은 영국 보수당의 총선 승리로 어느 정도 약화됐다.

지난 2년 동안 시장을 웃고 울게 했던 미·중 무역갈등은 한 고비를 넘기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양측은 새달 초 어렵게 마련한 1단계 합의안에 서명한다. 이로써 미·중 양측은 완력싸움 대신 대화를 2단계 및 3단계 갈등 해결의 우선 수단으로 삼을 기반을 갖추게 됐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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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의 보도가 막 나왔던 당시에 비하면 시장엔 다소 실망하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1단계 합의안의 구체적 내용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는데 따른 현상이다.

합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이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였다. 그는 합의안 관련 보도가 나온 뒤 기자들에게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그 주요 내용은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 규모를 향후 2년 동안 기존보다 320억 달러 늘리고 △미국이 부과해온 중국산 제품 1110억여 달러어치에 대한 15%의 관세율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것 등이었다.

이와 별도로 중국이 연간 50억 달러어치의 농산물 수입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는 점도 덧붙여졌다. 다른 한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부과되기 시작한 25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25%의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중국의 주장과는 다소 결이 다른 것이다. 중국은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미국산 농산물을 상당량 수입키로 했고 관세를 점진적으로 줄여가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앞서 부과된 25%의 관세율을 고수하는데 더해 관세를 2단계 협상의 도구로 삼겠다고 말하는 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내용이다. 심지어 미국은 협상 진척 여부에 따라 관세 압박을 다시 강화할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

정황상 합의 내용에 대한 미묘한 신경전은 1단계 합의안 서명이 이뤄질 때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그때그때 세부 내용이 추가로 밝혀지고, 그에 대한 양측 간 주장에 차이까지 나타난다면 시장의 불확실성은 다시 커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 현지 언론을 통해 새롭게 흘러나올 합의안 관련 내용들에 시장이 일희일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시 부상한 신중론은 시장 분위기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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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딜 브렉시트의 위험성이 크게 줄어든 점도 증시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이는 영국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여유 있게 하원 의석의 과반을 차지한 데서 비롯됐다. 영국 집권당은 총선 승리를 바탕으로 유럽연합(EU)과 신뢰성 있는 브렉시트 협상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위험의 감소는 미·중 무역갈등 완화와 맞물려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를 자극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입은 국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요인이다. 아람코가 MSCI 신흥시장 지수에 편입되면 결과적으로 같은 지수에 편입돼 있는 우리나라의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얼마 전의 지수 재평가로 인해 신흥시장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중국·대만 다음의 3위로 밀려났다.

MSCI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하나의 투자 지침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 지수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비중이 높아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국내 투자에 나서는 게 보통이다. 반대로 한국 비중이 줄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갈 확률이 더 높아진다.

아람코의 MSCI 신흥시장 지수 편입은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그 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한편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내놓은 이번 주 코스피의 예상 등락 범위는 NH투자증권 2090∼2170, 하나금융투자 2130∼2180, 케이프투자증권 2140∼2220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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