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코앞에 둔 이번 주 증시는 특별한 악재 없이 순탄한 일정을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시장의 불확실성을 자극하던 단골 변수들이 조금씩 해소되는 양상을 띠고 있어서이다.

그 첫째 변수가 미·중 갈등이다. 1단계 합의 발표 직후 긴가민가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합의사항의 단계적 이행이 가시화되면서 시장엔 안도감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 구체적 사례들은 미국이 지난 15일로 예고했던 중국산 제품 1560억 달러어치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유예한 것,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다량 사들이기 시작한 것 등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TV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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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트위터를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소개하면서 “중국이 이미 미국산 농산물을 대규모로 매입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미국민들을 상대로 한 특유의 공치사로 보이지만, 중국이 농산물 구입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음을 확인해준 셈이다.

미·중 무역갈등 해소 과정을 바라보는 시각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갈등이 다시 격화될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미·중 관계를 주도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은 국면 전환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갈등 완화 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이변이 없는 한 1단계 합의안에 대한 서명식은 새달 초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진핑 주석도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합의안 서명이 이뤄지길 희망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글로벌 교역환경을 해치는 또 다른 요인인 미국·브라질 간의 갈등도 해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브라질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 뜻을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분위기 전환은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역 분위기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현재로서는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를 훼손할 다른 악재도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던 또 하나의 악재였던 미국 대통령 탄핵 리스크도 상당히 약화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미 하원을 무난히 통과했으나 상원의 관문을 넘어서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원 내부의 공화당 우세 구도가 그 같은 전망의 배경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탄핵 리스크가 사라졌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는 긍정적 분위기 우세 속에 연말연시를 앞두고 산타랠리가 구현될 것이란 기대가 싹트기 시작했다. 산타랠리는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한 연말에서 연초까지의 일주일여 동안 미국 증시가 활황을 보이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다. 현재 미 증시에선 특별한 돌발악재가 나타나지 않는 한 산타랠리가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가 무르익고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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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은행들이 규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연말까지 남은 며칠 동안 자금 회수에 나설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그로 인한 유동성 악화의 위험성은 크지 않으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북한이 말하는 ‘크리스마스 선물’과 관련된 리스크도 상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리스크’는 아직 구체적 위험 요인으로 부각되지는 않고 있는 듯 보인다.

국내 증시에서는 23일 발표된 12월 상·중순의 수출 실적이 썩 좋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점으로 인해 다소 실망감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만약 수출의 상승 전환이 실현됐다면 큰 호재가 됐겠지만, 시장의 예상은 이미 감소세 지속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이달 1~20일 기간 중의 수출 실적(통관기준, 잠정치)은 304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6억2000만 달러(2%) 감소한 실적이다. 조업일수(15.5일)를 고려해 산정한 일 평균 수출액 기준으로는 5.1% 줄어들었다.

수출 감소를 주도한 것은 이번에도 반도체(-16.7)였다. 선박의 수출 감소폭도 -51.2%로 크게 나타났다. 반면 승용차와 무선통신 기기의 수출량은 각각 2.7%, 3.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오는 27일이 배당락일이라는 점도 국내 증시가 관심을 가질 만한 요소다. 코스피200지수를 기준으로 추산한 연말 배당 수익률은 1.47%다. 연말 배당 수요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지수가 상승하면서 배당 수익률이 낮아진 점, 외국인들의 최근 순매수가 반도체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 등이 그 이유들이다.

최근 지수 상승과 함께 나타난 일부 종목의 단기 급등이 차익 매물의 출회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은 투자자들의 신경을 자극하는 요소다.

한편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예상한 이번 주의 코스피 등락범위는 NH투자증권 2170∼2250, 하나금융투자 2180∼2230, 케이프투자증권 2170∼2240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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