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광역단위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생활임금제를 도입하고 있다. 도입하는 곳이 늘어나는 것과 함께 기준선도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그 결과 공공 분야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최저임금 이상의 혜택을 누리는 일이 많아졌다. 통상 생활임금은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생활임금은 최저임금과는 다른 개념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최저임금은 법률에 근거해 국민 모두에게 적용되는 임금의 최하 기준선이다. 법률로써 강제하는 만큼 근로자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된다. 이와 달리 생활임금은 실질적인 삶의 질 보장을 위해 지자체 등이 현실적 기준에 의거해 따로 정하는 임금의 최하 기준선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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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생활임금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지역별로 차이를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이를테면 국내의 경우 주거비 등 전반적 물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서울의 생활임금이 가장 높다. 그렇다고 해서 서울의 생활임금이 언제나 가장 높아야 한다는 원칙은 없다. 생활임금은 법률이 아니라 지자체들이 각각의 조례를 통해 원칙을 정하는 게 보통이다.

생활임금제가 우리보다 먼저 도입된 유럽 국가들에서는 민간기관에서도 자체적으로 생활물가를 정해 그 기준을 이행하는 경우까지 등장하고 있다. 어떤 경우든 생활임금은 기본적인 의·식·주에 소요되는 최소한의 생활비를 토대로 산정된다.

우리나라에서 생활임금제가 처음 도입된 때는 2013년이다. 최초 도입 지자체는 서울 노원구와 성북구다. 이후 2015년부터는 서울시가 이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시 전체가 생활물가 대상 지역이 됐다. 적용 대상은 서울시와 산하 기관 및 단체 등의 근로자들이다.

생활임금제는 서울을 필두로 각각의 광역시·도로 확산된 결과 3일 현재 서울 말고도 12개 광역시·도에서 운용되고 있다. 해당 광역시·도는 인천, 광주, 부산, 대전, 세종, 경기, 전남·북, 강원, 충남, 경남, 제주 등이다.

2020년 기준 서울시 생활임금은 1만523원(이하 시간당)이다. 광역시·도들이 정한 올해 생활임금은 세종(9378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1만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12개 광역시·도의 생활임금은 서울보다 근소하게 적은 수준을 유지했다. 13개 시·도의 올해 기준 생활임금 평균치는 1만110원이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 8590원보다 1520원 더 많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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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경우 시교육청 차원에서도 생활임금제를 따로 운용하고 있다. 관할 공립학교와 교육기관에서 단기간 또는 단시간 동안 일을 하면서 시급이나 일급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적용 대상이다. 시교육청은 이들에 대한 올해 생활임금을 1만850원으로 결정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 결정에 따라 8시간 기준으로 산정한 하루치 임금은 8만6800원이 된다. 이번에 새로 결정된 시교육청 생활임금은 지난해의 1만300원보다 5.34% 오른 수준이다.

생활임금제 확산으로 혜택을 입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지자체 중심으로 제도가 운용되다 보니 민간 부문에서 역차별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기도 한다. 아직 생활임금제를 시행하지 못하는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불만이 제기된다.

선출직 지자체장들이 적극성을 보이는 점을 들어 포퓰리즘 논란도 일곤 한다.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해 지자체의 재정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선심정책을 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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