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교역갈등이 겨우 숨고르기 국면에 진입하는가 했더니 이번엔 미·이란 갈등이 시장을 긴장시키기 시작했다. 지속성은 미·중 갈등에 못 미칠지 모르지만 폭발성은 오히려 그보다 클 수 있다는 점에서 미·이란 갈등은 큰 위협 요소다.

새로운 갈등을 촉발한 인물 역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그의 명령으로 미국이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이란 혁명수비대의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드론 공격으로 폭살시킨 일이 갈등을 촉발시켰다. 쿠드스군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군으로서 대미 도발을 전담해온 조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이슬람 최고 지도자와 대통령이 앞다퉈 나서며 ‘이에는 이’라는 식의 보복을 다짐하고 있다. 중동 주변의 공기가 험악해지자 국제사회가 당장 우려하는 것은 이란에 의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5분의 1 정도가 이곳을 거쳐 전세계로 운송된다는 점이 그 배경이다.

이란이 정말로 해협 봉쇄에 나설지는 알 수 없다. 해협 봉쇄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의 원유 수송에도 결정적 지장을 초래하는 문제여서 이란이 마음대로 하기 쉬운 결정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으로서는 자국의 손익계산을 따질 때 해협 봉쇄가 초래할 충격은 이전에 비해 작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셰일오일 혁명으로 인해 이제 미국은 원유 순수출국 지위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해협 봉쇄에 대한 미국의 저항 의지가 이전만큼 강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국제 유가를 끌어올림으로써 한국 같은 나라들에게는 경제적으로 큰 충격을 안겨줄 여지를 안고 있다. 또 전반적인 위험자산 선호도 하락으로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증시도 영향권 밖에 있다고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뉴욕증시의 3대 주요 지수는 3일 일제히 하락세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 증시 역시 이날 장 초반엔 상승세를 보이다가 솔레이마니 피살 소식이 전해진 뒤 하락 전환했다.

미·이란 갈등은 보복이 보복을 낳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할 사안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공격이 방어적 조치였으며 추가적 충돌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며 분위기 조절을 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란의 보복 강도가 어느 정도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욕 증권거래소. [사진 = 연합뉴스]
뉴욕 증권거래소.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현재로서는 이란이 전력 열세를 고려해 전면전보다는 국지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단골 변수인 미·중 갈등은 숨고르기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15일 백악관에서 양국 간 1단계 합의안에 대한 서명식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서명식 일정 확인은 그 자체로 시장에 긍정적 요소가 될 수 있었으나 그 효력은 돌출한 중동발 리스크에 덮이고 말았다.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내부 변수로는 곧 있을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가 꼽힌다. 현재 조성돼 있는 시장의 대체적 영업이익 전망치는 6조6000억원 정도다. 전년 동기(10조8000억원)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액수이지만 작년 1~3분기 실적에 비해서는 하락폭이 줄어든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전망치가 맞아떨어질 경우의 이야기다.

전년 동기 대비 실적 하락은 반도체 경기 부진과 연관돼 있다. 세계적인 수요 부진에 공급 과잉이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나타난데 따른 결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엔 반도체 수요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한편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보고서를 통해 제시한 이번 주 코스피 예상 등락범위는 NH투자증권 2150∼2230, 하나금융투자 2150∼2200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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