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충돌의 여파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나라 간 마찰은 미·중 무역갈등 못지 않게 전세계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다. 단기적 폭발성으로 보자면 그 충격 강도는 미·중 갈등 이상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물론 이는 미·이란 충돌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는 경우를 상정한 관측이다.

그렇지만 현재로서는 미·이란 사태가 전면전으로 비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란의 현실 여건이 미국과 전면전을 감당해낼 정도가 못되는데다 미국 역시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자국내 전쟁 반대 여론을 무시하기 어려운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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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당분간 국지전이 전개되다가 양측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은 편이다. 이를 반영하듯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언제든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할 태세가 갖춰져 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날 이란이 이라크내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이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데 대해서도 신중한 해석을 제시했다. 때맞춰 일시적 혼란이 있긴 했지만 변동성이 온전히 미·이란 갈등의 직접적 영향 탓이라 단정하기엔 이르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관심을 끌고 있는 국제 원유시장에서도 일부 변화가 감지됐을 뿐 대규모 혼란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이란이 보복 공격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뉴욕상품거래소에서의 2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2.6달러 오르는데 그쳤다. 거래가격은 65.30달러였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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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내 주식시장은 전날 올랐던 지수 폭 정도를 반납하며 24.23포인트 내린 2151.31로 장을 마쳤다. 비교적 낙폭이 컸지만 장중 2137.72까지 밀렸던 것에 비하면 오후 들어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하는 모습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두 나라 간 갈등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란 분위기가 형성된데 따른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역시 국제유가의 흐름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미국의 우방국인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이스라엘 등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경우 유가는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방국 공격 카드라는 자극적 방법을 택한다면 미·이란 간 충돌은 다시 격화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국제유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사우디나 UAE, 이라크, 쿠웨이트도 이곳을 통해 원유를 수송하고 있어서이다. 현재 이곳을 통과해 전세계로 공급되는 원유량은 전체 소비량의 5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석유협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11월 기준 전체 수입원유 중 60% 이상을 사우디(28.2%)와 쿠웨이트(14.1%), 이라크(10.9%), UAE(7.8%)에 의존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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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란의 단골 위협 카드였던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다른 중동국들을 자극하는 요인인 만큼 이란이 이를 감행할지는 미지수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없다고 가정한다면 국제 원유시장은 미·이란 충돌의 직접적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시장에서 이란산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는 게 그 이유다.

한국의 경우는 특히 더 그러하다. 한국은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조치에 맞춰 작년 4월부터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고 있다.

이날 현재 국제유가는 WTI를 기준으로 할 때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은 채 배럴당 60달러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격화되는 양상을 보일 경우 유가가 70달러까지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을 전제로 한 최악의 전망치다. 반면 사태가 그 정도로 확대되지 않는다면 국제유가는 지금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지나친 불안감 조성을 경계하는 가운데 사태가 악화된다면 언제든 다시 대책회의를 열고 컨틴전시 플랜을 안건으로 올려놓겠다고 밝히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를 위해 금융시장 동향과 유가 추이를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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