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이 중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2003년의 사스나 2015년의 메르스보다 작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전파력이 당초 예상보다 커 우한 폐렴의 위세에 대한 평가가 새롭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제기된 분석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분석 결과를 내놓은 이는 메리츠종금증권의 이승훈 연구원이었다. 그는 5일 공개한 ‘nCov의 중국경제 영향 점검’이란 보고서를 통해 우한 폐렴이 중국경제에 미칠 충격이 사스 등에 비해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같은 분석의 이유로는 크게 네 가지 요소가 제시됐다. 그 넷은 △질병의 전방위 확산 가능성이 낮다는 점 △춘절 연휴 이후 중국이 관행적으로 몇 주 동안은 낮은 공장 가동률을 보였다는 점 △온라인 소비의 전에 없는 약진 △이전과 다른 중국 정부의 적극적 통화정책 등이었다.

텅 빈 베이징 시내 거리 모습. [사진 = EPA/연합뉴스]
텅 빈 베이징 시내 거리 모습. [사진 = EPA/연합뉴스]

이를 근거로 이 연구원은 nCov(우한 폐렴) 확진자 증가세가 조만간 진정되고 이달 중순 이후 중국 공장들이 조업을 재개할 경우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3%에 이를 것이라 내다봤다. 기존 전망치는 5.9%였다. 보고서는 또 전제와 전망이 맞다면 중국의 올해 연간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낮은 5.8%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이는 최근 일부 경제 관련 기관들이 올해 중국의 성장률이 4%대에 머물 가능성을 제기한 것과 대비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우한 폐렴 영향으로 인해 1.2%포인트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보았다. 우한 폐렴 사태 이전 각 기관들이 전망한 올해 중국의 성장률은 6% 안팎이었다.

보고서는 우한 폐렴 사태의 조기 수습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요소들을 차례로 나열하며 그 내용을 상술했다. 그 첫째는 질병의 확산 가능성이 낮다는데 대한 설명이었다. 이 연구원은 우한 폐렴은 중국 전역에서 확진자를 늘려갔지만 그중 3분의 2가 후베이성에 몰려 있음을 주목했다. 또 중국 내 우한 이외의 지역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가 10명을 갓 넘긴 점을 거론하며 춘절 연휴 이후 중국 당국이 취한 이동차단 정책 등이 효과를 낸 결과라는 분석을 제기했다. 그는 이를 토대로 후베이성 이외에서의 중국 사망자가 크게 늘지 않는 한 경제적 타격은 사스 등에 비해 제한적일 것이라 전망했다.

보고서는 사스 사태 당시 경제적 충격이 컸던 이유는 광둥성에 몰려 있던 확진자가 4월 중순을 넘기면서 베이징과 톈진 등 다른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됐던 점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에서는 예년에도 춘절 연휴 이후 2~3주 동안은 공장 가동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사실도 보고서에 적시됐다. 이 같은 사실은 수출 데이터를 통해 확인된다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올해 중국의 춘절 연휴가 1월 24일부터 2월 2일까지였음을 상기시킨 뒤 예년의 경우를 보면 이달 중순까지는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는 구간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우한 폐렴이 아니더라도 지금은 어차피 공장 가동률이 낮은 기간이라는 얘기다.

결국 보고서는 우한 폐렴이 춘절을 전후해 발생하는 바람에 다른 달에 발생했다고 상정한 경우보다 그 피해 규모가 비교적 작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조업 중단의 영향만 놓고 보자면 발생 시점의 우연성으로 인해 그 여파가 제한적일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온라인 소비시장의 활성화도 우한 폐렴의 악영향을 줄여줄 요인으로 제시됐다. 사스 사태가 벌어졌던 2003년과 달리 활성화된 온라인 시장이 전염병에 의한 야외활동 제한으로 초래된 소비 위축을 상당 부분 상쇄시켜준다는 의미다. 이를 뒷받침해줄 근거로 보고서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한국에서 백화점 판매와 음식·숙박서비스업 생산이 급감했지만, 무점포 판매가 급증했던 사실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2019년 현재 중국의 온라인 판매 시장 규모가 8조5000억 위안(약 1445조원)에 이르며 이는 전체 중국 소매판매의 20.7%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사스 사태 당시 볼 수 없었던 중국 당국의 적극적인 통화정책도 우한 폐렴의 경기에 대한 충격을 줄여줄 수 있는 요소로 지목됐다. 사스가 창궐할 당시 중국은 국제수지 흑자 누증으로 인해 통화 팽창이 가속화되고 있었다. 그에 따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진 바람에 당국은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쓸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통화팽창 정도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소비자물가도 안정적이어서 적극적 통화정책을 구사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공개시장 조작 등을 통해 시장에 1조2000억 위안(약 204조원)을 공급했다. 이는 중국 증시를 일정 부분 떠받치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보고서는 중국 당국이 추가로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쓸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이상의 이유들로 인해 이번 우한 폐렴 사태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전의 전염병 창궐 때보다 적을 것임을 예고했다. 단, 그 전제 조건으로 우한 폐렴이 후베이성 이외의 지역으로 크게 확산되지 않고, 공장 가동 중단이 이달 중순 이후까지 연장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거론했다. 온라인 소비와 재정확대 등이 제 역할을 한다는 것도 기타 전제 조건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연장된 춘절 연휴 이후 이어질 중국인들의 대규모 귀향 및 직장 복귀가 우한 폐렴 확산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잠복기를 고려할 때 중국 외 국가들이 이번 주나 다음 주에 전염 정도를 가늠할 분수령을 맞이하게 된다는 점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보고서가 언급한 첫 번 째 기본 전제부터 희망대로 충족될 수 있을지조차 알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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