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세계경제 및 한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어느 정도나 될까? 이를 두고 국내외 각 기관들이 앞다퉈 분석 결과를 내놓고 있다.

그 내용도 다양해 보는 이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한 가지 흐름과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그 흐름은 시간이 지날수록 우한 폐렴에 대한 분석에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공통점은 우한 폐렴의 여파가 사스의 그것보다 클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이 사스 때보다 더 커졌다는 게 기본 이유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더 클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우한 폐렴 확산 속에 텅 빈 쇼핑몰 식당가. [사진 = 연합뉴스]
우한 폐렴 확산 속에 텅 빈 쇼핑몰 식당가. [사진 = 연합뉴스]

다수의 기관들은 우한 폐렴이 세계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가 사스 영향보다 클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우한 폐렴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그로 인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최대 0.3%포인트까지 추가로 깎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인 기관이 국제적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자회사인 무디스 애널리틱스다. 이 기관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당초 전망치(2.8%)보다 0.3%포인트 내려갈 것이라 전망했다. 이는 그나마 중국 내 피해 정도가 사스 당시와 비슷할 것이란 점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이 기관이 새로 제시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2.5%는 잠재성장률(2.8%)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성장률 저하로 인해 올해 세계적으로 실업자가 늘어날 것이라 예상했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JP 모건과 모건 스탠리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물론 우한 폐렴 사태가 장기화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JP 모건은 우한 폐렴이 세계경제 성장률을 0.3%포인트, 모건 스탠리는 0.15~0.3%포인트 갉아먹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의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우한 폐렴 여파로 세계경제 성장률이 0.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전망치 2.5%를 2.3%로 수정한 것이다. 이 기관은 우한 폐렴 탓에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0.25%포인트까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이는 사스 당시 하락폭(0.15%포인트)보다 크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기관은 중국의 올해 1분기와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4%(기존 6.0%)와 5.4%(기존 6.0%)로 수정 제시했다. 사스가 창궐했던 2003년 상반기 중국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1분기 11.1%, 2분기 9.1%였다.

당시엔 고공 성장을 이어가던 때라 중국은 사스의 영향에서 비교적 단기간에 벗어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영국의 바클레이스도 우한 폐렴이 세계경제에 미칠 파급력에 대해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바클레이스는 우한 폐렴이 세계경제 성장률을 0.2~0.3%포인트 정도 더 낮출 것이란 분석을 제시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한국의 경제성장률에 대한 전망도 대체로 비관적이다.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으로 인해 한국 내 소비가 얼어붙었고,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입 의존도가 크다는 점 등을 부정적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질병이 단기간 내에 퇴치되지 않을 경우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감소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도 위험 요소로 거론된다.

영국의 경제분석 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이 1.5%로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혀 특히 눈길을 끌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우한 폐렴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사스보다 클 것이라는 데 동의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홍준표 연구위원은 최근에 내놓은 ‘중국 제조업의 글로벌 위상’이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제조업 차질이 세계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경고했다.

주장의 근거는 중국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사스 당시의 4.3%에서 16.3%로 높아졌다는 점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03년 5%대에서 10% 이상으로 확대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또 다른 보고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한국경제 파급 영향’은 두 가지 상황을 가정해 영향 정도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먼저 전염병 확산이 중국 안에서만 집중될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1분기에 0.2~0.3%포인트(이하 전년 동기 대비), 연간으로는 0.1%포인트까지 하락 압력을 받는다고 보았다. 또 전염병이 중국을 넘어 한국에서도 추가 확산될 경우라면 1분기 성장률은 0.6~0.7%포인트, 연간 성장률은 최대 0.2%포인트 하락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후자의 상황을 가정할 경우 내국인들의 국내 소비지출 증가율이 0.4%포인트 깎일 수 있다고 보았다.

한국의 1분기 성장률 전망치와 관련, JP 모건은 전 분기 대비 -0.3%를 제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전망치를 이보다 더 낮은 -0.7%로 잡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보다 신중히 이 문제에 접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KDI는 지난 9일 발표한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신종 코로나의 경제적 영향을 계량화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경기 부진이 완화됐지만 우한 폐렴이 확산되면 경기 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외 기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결국 세계경제 및 한국경제에 미칠 전염병의 파급력은 중국경제의 회복 속도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란 결론이 나온다. 우한 폐렴이 1분기 중 진압되고 중국 정부의 각종 부양책이 효과를 발해 중국경제가 2분기에 반등한다면 그 피해는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현대경제연구원이 앞서 제시했듯이 한국경제 성장률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0.1%포인트 이내로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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