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하다 보니 국내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가 중국의 그것보다 핫한 이슈가 되어버렸다. 중국에서 우한 폐렴 사태가 고비를 넘기는 듯한 기미가 나타나는 사이 한국에서는 감염병 전파가 급격히 빨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이다. 질병관리본부 집계에 의하면 24일 오전 9시 현재 국내 우한 폐렴 확진자수는 763명(사망 7명)이다. 확진자 수가 24시간 만에 207명(사망자는 3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한국에서 새로운 확진자가 급증하자 전세계의 시선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옮겨지는 듯한 기류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세계 각국의 연이은 한국인 입국 통제 조치를 통해 확인된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우한 폐렴의 급속한 국내 확산은 우리 증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 있다. 지난 18일 오전 9시 현재 31명이던 확진자가 주 중반을 넘기면서 폭증하는 양상을 보이자 증시는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 주 마지막 영업일에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49%나 떨어졌다. 외국인이 매도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직접적 원인이었다.

이는 미국 증시가 우한 폐렴 사태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것과 비교된다. 현재 중국 내 감염병 사태에 대해서는 서서히 고비를 넘기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진단이 제기되고 있다.

어쨌든 국내에서는 감염병 사태 악화와 함께 지난 주 후반에 접어들면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됐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내려가고 금값은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채권 금리는 미국에서도 내려가는 양상을 나타냈다. 지난 주 미국에서는 국채 30년물 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채권 금리 흐름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에서는 달러화 강세 현상이 동시에 나타났다. 달러화 강세 역시 미국의 금리인하를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미국의 수출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 또한 달러 강세는 미국 경제 순항을 방증하는 현상일 수도 있다. 이는 금리인상 압력을 강화하는 요소다. 이를 종합하면 달러 강세는 증시에 미치는 효과 면에선 양면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한국 내 감염병 사태 악화는 한국은행이 이달 중 기준금리를 조정할 지에 대한 관심도를 한층 높여주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4일 “경제적 영향을 지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섣부른 기준금리 인하를 경계하는 듯한 발언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 발언 당시와 많이 달라졌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은행. [사진 = 연합뉴스]
한국은행. [사진 = 연합뉴스]

한은은 오는 27일 올해 두 번째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열고 통화정책 방향을 논의한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는 일찌감치 한은이 조만간 최대 0.5%포인트까지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었다. 물론 0.5%포인트 인하설은 오는 4월 우한 폐렴이 절정을 이룬다는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모건 스탠리는 감염병 조기 종식이 이뤄질 경우에도 한은이 이번 달 중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주말을 지나면서 국내 전염병 사태 양상이 크게 달라진 탓에 한은으로서도 금리 인하 여부를 보다 치열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 금리인하 다음 번 카드로 거론됐던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대한 논의가 갑자기 부각된 점도 이달 중 금리 인하를 자극하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한은의 다음 금통위 회의는 4월 9일 열린다. 3월 회의가 없다는 점 역시 한은의 마음을 다급하게 만드는 배경이 될 수 있다.

한편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보고서를 통해 제시한 이번 주 코스피 지수의 예상 등락범위는 NH투자증권 2150∼2240, 하나금융투자 2160∼2210, 케이프투자증권 2140∼2200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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