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코로나19)이 팬데믹 현상을 일으키면서 올 한 해 세계경제는 금융위기 당시에 버금가거나 그보다 더 나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지적이 많다. 일각에서는 감염병 사태가 대공황기 못지않은 경제난을 가져다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가 전년 대비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3.0%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 전망했다.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1.2%로 제시됐다. IMF의 새로운 전망치는 무자비할 만큼 가혹한 것이었다. 기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3.3%였음을 감안하면 수정 전망치와의 격차가 6.3%포인트나 되기 때문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이처럼 세계적으로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조만간 발표된다. 당연히 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전망치에 대한 언론 보도도 늘어나고 있다. 덩달아 국가별 전망치 관련 수치를 비교하는 보도도 적지 않게 나온다. 한 발 앞서 1분기 성장률을 발표한 중국이 주된 비교 대상이다.

앞서 중국 국가통계국은 중국의 올해 1분기 GDP가 20조6504억 위안(약 3579조원)을 기록함으로써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1분기 GDP 성장률이 -6.8%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중국보다 며칠 늦게 한국은행도 우리나라의 1분기 GDP 성장률을 발표했는데 그 수치는 -1.4%였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미국도 이번 주에 1분기 성장률 집계치를 내놓는다. 현재 시장의 전망은 -3%대 중반으로 모아져 있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5%를 전망치로 제시했다.

이 같은 국가별 성장률 또는 성장률 전망치들을 접할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국가별로 성장률 집계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 차이를 무시한 채 중국 -6.8%, 미국 -3.5%, 한국 -1.4% 등의 수치를 나열한 뒤 성장률을 단순비교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오류를 범하는 매체가 일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성장률 집계시 중국은 ‘전년 동기 대비’, 미국은 ‘전기 대비 연율’, 한국은 ‘전기 대비’ 방식을 취한다. 즉, 올해 1분기 성장률의 경우 비교 대상을 중국은 지난해 1분기 GDP로, 한국은 지난해 4분기 GDP로 삼은 것이다. 중국의 올해 1분기 성장률을 우리 식으로 환산하면 -9.8%가 된다. 또 우리의 1분기 성장률을 중국 방식인 전년 동기 대비로 환산하면 플러스 1.3%로 집계된다.

이처럼 같은 방식으로 집계된 수치를 서로 비교해볼 때라야 비로소 올해 1분기 성장률에서 우리가 중국보다 나았다는 것을 제대로 알 수 있다.

미국이 취하는 ‘전기 대비 연율’은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방식이다. 이는 전기 대비 성장률이 1년 내내 이어진다는 것을 가정하고 추산해낸 수치다. 그래서 ‘연율’이라 표현된다. 즉, 미국의 올해 1분기 성장률이 -3.5%가 될 것이라는 WSJ의 전망은 미국 경제가 1분기 성장세를 올해 내내 그대로 이어간다는 것을 전제로 삼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기준으로 집계돼 발표된 미국의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2.1%였다.

여기서 또 하나 짐작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건 만약 우리 경제의 올해 1분기 성장률을 미국식으로 계산하자면 한은 발표치인 -1.4%보다 훨씬 악화된 수치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다만, 우리의 경우 미국보다 한 발 앞서 감염병 파동을 겪은 만큼 회복도 빠를 것이란 기대를 가질 수 있다. 어느 나라가 더 심각한 타격을 입든 국가 간 성장률의 정확한 비교를 위해서는 추후 집계될 연간 성장률을 참고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