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코로나19) 사태가 우리에게 가한 고용 충격 강도가 통계청 발표 내용에서 느껴지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런 주장은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성신여대 박기성 교수팀에 의뢰해 얻어낸 분석 결과인 ‘전일제 환산(FTE) 취업자 수 추정 및 분석’을 통해 공개됐다.

6일 공개된 분석 결과 코로나19 사태 영향이 한창이던 3월의 취업자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7.6%였다. 이는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취업자 증가율 -0.7%(19만5000명 감소)와 크게 차이가 나는 결과다. 증가율 수치만 놓고 보면 그 크기가 10배를 뛰어넘는다. 한경연이 분석한 3월 취업자 증가율은 외환위기 당시의 -7.0%보다도 악화된 수치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특히 주목되는 사실은 통계청 발표 내용과 한경연의 분석 결과 간에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간단히 설명하면 이는 조사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데 기인한다. 비밀은 취업자의 개념에 대한 차이에 숨어 있다. 어쨌든 이 사례를 통해 우리는 통계에 대한 올바른 해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두 결과치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통계청 조사 방식을 정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통계청은 매달 중순경에 직전 월의 고용동향을 발표하는데 이 때 취업자 기준을 ‘조사 주간 동안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으로 삼고 있다. 내리 쉬다가 통계 조사가 실시되는 한 주 동안만 수입을 얻기 위해 1시간 이상만 일을 한 사람이라면 당당히 통계청의 취업자 집계 대상에 포함된다는 의미다.

통계청이 취하고 있는 이 같은 방식이 자의적인 것은 아니다. 이 기준은 어디까지나 국제노동기구(ILO)에 의해 제시된 것이다. 그러니 이런 기준을 적용하는 통계청을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그 내용을 제대로 해석하느냐 여부다. 만약 통계 당국이 알바성 취업자가 해당 월에 급격히 늘어난 것을 토대로 고용 사정이 개선됐다고 분석해 이를 기자 브리핑 등에 적용한다면 그건 대국민 사기극이란 비판을 받을 일이다. 물론 통계청이 그처럼 엉터리 분석을 내놓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청와대와 여당 등에서는 별로 실속도 없는 통계청 고용동향을 들먹이며 고용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주장을 펴는 일이 많았다.

이번에 한경연이 발표한 3월 취업자 증가율 수치는 통계청 조사에 담긴 한계점을 보정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분석을 의뢰받은 박 교수팀이 이를 위해 취한 방식은 전일제 환산(FTE) 취업자 수를 집계하는 것이었다.

FTE(Full time equivalent)란 노동에 참여한 사람의 수를 세는 방식의 하나로서 그 기준을 종일 근로로 삼고 있다. 이번에 한경연이 노동 참여자 수를 세는 기본단위는 주 40시간이었다. 예를 들어 40명이 한 주 동안 각각 1시간씩 일을 한 경우 노동 시간 합이 40시간이므로 취업자 수는 1명으로 집계된다. 반면 이를 통계청 조사 방식으로 집계하면 취업자 수는 40명으로 늘어난다.

하루 8시간을 기본시간으로 치면 설명이 보다 쉬워진다. 하루 8시간을 8명이 1시간씩 나누어 일했다면 취업자 수는 통계청 기준으로는 8명, FTE 방식으로는 1명이 된다.

[그래픽 = 연합뉴스TV/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이번에 한경연이 발표한 분석 자료는 정확히 기술하면 ‘주 40시간 전일제 일자리 기준 환산 취업자 수’로 정리될 수 있다. 이 같은 FTE 방식은 단순히 머릿수를 기준으로 삼는 기존 취업자 통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보조지표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매년 FTE 고용통계를 보조지표로 따로 발표하고 있다.

이번 분석 결과 지난달 고용 측면에서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는 대면 서비스직이었다. 통계청 발표에 나타난 이 분야의 세부 취업자 증가율은 도·소매업 -4.6%, 숙박 및 음식점업 -4.9%, 교육 서비스업 -5.4% 등이었다. 그러나 박 교수팀이 도출한 FTE 방식의 동일 분야 취업자 증가율은 도·소매업 -11.2%, 숙박 및 음식점업 -14.6%, 교육 서비스업 -24.9% 등으로 나타났다.

연령별 취업자 증가율에서도 통계청 발표 자료와 박 교수팀 분석 결과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통계청의 3월 취업동향에 나타난 연령별 취업자 증감률은 60세 이상 7.4%, 50대 -1.2%, 40대 -1.8%, 30대 -2.0%, 20대 -4.8% 등이었다. 반면 FTE 기준 분석 결과는 60세 이상 -1.0%, 50대 -8.5%, 40대 -8.9%, 30대 -7.5%, 20대 -10.0% 등으로 제시됐다.

분석을 주도한 박 교수는 “고용시장에 미친 실질적 충격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대량 해고를 막기 위한 단기 대응책의 하나로 근로시간 단축을 제시했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