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서 공포지수로 통칭되는 변동성지수(VIX: Volatility Index)가 두 달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미국 증시 이야기이긴 하지만 요즘 세계 증시의 연계성이 높아졌음을 감안하면 우리에게도 참고가 될 만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미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 VIX가 2개월래 최저 수준인 27.57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 수치는 전날보다 1.47% 내려간 것으로서 지난 2월 26일 이후 집계된 VIX 중 가장 낮은 것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의 VIX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지난 3월 16일 82.69로 치솟았다가 그 이후 조금씩 축소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VIX는 뉴욕 증시에서 흔히 공포지수로 불린다. 이 지수의 수치가 올라가면 그만큼 증시의 변동성, 즉 불안정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VIX는 시카고거래소의 옵션 거래에서 나타날 변동성 지수다. 정확히 말하면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 향후 30일 동안 나타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 옵션의 변동성을 각종 데이터를 통해 수치화한 것이다.

뉴욕증시 투자자들은 투자 결정시 이 지수의 움직임을 참고한다. 하지만 이 지수는 투자자들의 심리상태를 나타내는 것에 불과한 만큼 투자 결정시 전적으로 의존할 대상은 아니다.

다만 11일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의 VIX가 축소됐다는 것은 증시의 변동성이 크게 줄었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음을 의미하므로 투자 심리 개선 신호로 받아들여질 여지를 지닌다. 증시 투자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인데, 변동성은 이와 맥이 통하는 개념이다.

VIX의 개념을 쉽게 이해하려면 수치가 직접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앞서 말한 대로 VIX가 27.57이라 함은 투자자들이 대체로 향후 한 달 동안 주가지수가 27.57% 범위 안에서 등락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지금까지의 흐름을 볼 때 VIX 지수는 보통 주가지수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지닌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 지수가 커질수록 주가는 크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따라서 투자자 중엔 VIX 지수가 최대한 올라갔을 때를 주가 흐름상 저점으로 판단하고 베팅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VIX는 투자자들의 불안감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므로 이 지수가 올라갈수록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위축된 행보를 보이기 마련이다. VIX가 공포지수로 통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 월가 모습. [사진 = AP/연합뉴스]
미국 월가 모습. [사진 = AP/연합뉴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뉴욕증시에 나타났던 VIX 급등 현상이었다. 미국의 거대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가 법원에 파산신청을 낸 지 두 달 만인 그해 11월 20일 VIX는 80.86으로 치솟았다.

최근 들어 이 지수가 크게 축소되자 미국에서는 뉴욕증시의 주가지수가 진작 바닥을 치고 상승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닌가 하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요즘 뉴욕증시의 주가지수가 지난 3월의 저점과 비교할 때 30%가량 상승한 현실과 연관돼 있다.

이와 관련, CNBC는 미국 경제가 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적어도 바닥을 쳤다는 증거가 있다고 전했다. 방송은 그 사례 중 하나로 자동차 산업의 업황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낙관론을 정면으로 치받는 내용의 전망도 나오고 있다. WSJ의 VIX 관련 보도가 나온 그 날 블룸버그 통신은 골드만삭스 연구원 데이비드 코스틴의 보고서를 인용해 뉴욕증시의 S&P500지수가 향후 3개월 안에 20% 가까이 하락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유는 역시 코로나19 사태의 조기 종식에 대한 불투명성이다.

코스틴 연구원은 S&P500지수가 향후 3개월 이내에 2400까지 떨어졌다가 연말 무렵 3000선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증시 전망이 어떠하든 VIX의 하락세는 증시에서의 투자 심리가 점차 되살아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투자자들로서는 관심을 가져볼 만한 자료라 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도 나름의 방식으로 국내 주식시장 상황에 맞는 변동성지수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소위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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