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이 확정됐다. 3일 정부가 국무회의를 열고 코로나19 사태에 맞서 경제위기를 극복할 목적으로 준비된 3차 추경안을 의결한데 따른 것이다.

이번에 확정된 추경안은 역대 최대 규모다. 문재인 정부 들어 편성된 전체 추경으로 치면 여섯 번째에 해당한다. 이번 추경으로 인해 문재인 정부는 올해 들어서만 1차(11조7000억원)와 2차(12조2000억원)를 포함, 도합 59조2000억의 추경을 편성하는 새 기록을 세우게 됐다. 정부가 한 해에 세 차례의 추경을 편성하기는 1972년 이후 처음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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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추경은 규모 면에서 특히 눈길을 끈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다는 명분을 앞세우긴 했지만 이번 추경안은 우리나라가 경제주권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잠시 넘겼던 외환위기 당시의 추경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1998년에 정부가 환란을 극복하기 위해 편성한 추경은 13조9000억원 규모였다. 지금까지 편성된 추경안 중 가장 규모가 컸던 금융위기 당시(2009년)의 추경은 28조4000억원 짜리였다.

3차 추경안은 세출 확대분 23조9000억원과 세입경정분 11조4000억원으로 이뤄졌다. 세입경정분이란 경제상황 악화로 부족해진 세수를 메우기 위해 기획된 부분을 말한다. 이번 추경안의 세입경정분 규모 또한 역대급이다.

이 같은 구성으로 인해 3차 추경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정부가 실제로 경기 부양을 위해 투입할 수 있는 액수는 세출 확대분인 23조9000억원에 이르게 된다. 정부는 이 중 5조원은 금융 지원에, 9조4000억원은 고용 및 사회 안전망 확충에, 3조7000억원은 내수 및 수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투입하기로 했다. 코로나 방역산업 육성과 재난대응 시스템 개선 등의 분야에도 2조5000억원이 할당돼 있다.

정부가 이처럼 큰 규모의 추경을 추가로 편성함으로써 코로나19 극복 과정은 보다 순탄해질 수 있다. 당장 마이너스로 예상되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플러스로 끌어올리는데 일조할 것이란 기대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재정 건전성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게 문제로 거론된다. 3차 추경 편성만으로도 정부는 23조8000억원의 적자국채를 추가로 발행해야 한다. 정부는 3차 추경안을 짜면서 10조1000억원은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조달하고, 1조4000억원은 각종 기금을 활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문제는 나머지 부분인 23조8000억원인데 이를 모두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기로 한 것이다.

이로써 우리의 국가채무 규모는 올 한 해에만 100조가량 늘어나게 됐다. 국가채무는 지난해 본예산 기준으로 740조8000억원이었다가 올 들어 840조2000억원으로 늘어난다. 당연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우리가 오랫동안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던 40%선을 한참 웃돌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아야 한다. 3차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해 적자국채가 예정대로 모두 발행되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역대 최고 수준인 43.5%로 올라간다.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 실태를 말해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폭도 덩달아 커진다. 그 규모가 지난해 본예산 기준 37조6000억원에서 112조 2000억원으로 늘게 됐다.

이로써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도 5.3%로 치솟으며 역대 최고를 기록하게 됐다. 이는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의 4,7%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적자 비율이 우리가 주목해온 3%선을 넘기기는 1998년과 1999년(3.5%), 2009년(3.6%) 세 번에 불과했고, 그마저 모두 5%선을 밑도는 수준이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3차 추경안 확정에 앞서 기자들을 만났을 때 이를 미리 예고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경제위기 상황을 맞아 최후의 보루인 국가가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3차 추경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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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추경이 몰고올 파장으로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이 과다한 적자국채 발행으로 인한 자본시장의 혼란 가능성이다. 정부가 단기간에 국채를 대량 발행하면 시중금리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일단 물량이 단기간에 늘면 시중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국채가 몰고올 구축효과도 상정 가능한 문제로 거론된다. 국채가 채권시장을 장악하면서 회사채 등이 설자리를 잃게 됨으로써 민간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정부는 한국은행이 그런 우려를 불식시켜줄 것이란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한은이 국채의 일정량을 흡수해주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한은 역시 정부의 기대에 부응할 뜻을 내비쳤다. 3차 추경으로 인한 국채 발행 규모가 시장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지 않는다는 점 또한 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잠재워줄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다.

정부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가시지 않는다. 시장의 관심은 한은이 곧 쏟아져나올 국채를 어느 정도나 소화해줄지에 모아지고 있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한은 이주열 총재는 기자들에게 “필요하다면 국채 매입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채 문제와 관련해 일단 정부와 한은은 호흡을 맞추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곧 시작될 국회 심의 과정에서 3차 추경으로 인한 재정 건전성 악화 문제는 뜨거운 쟁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향후 5년에 걸쳐 76조원을 투입하는 한국판 뉴딜의 실행에 돌입했다. 그 첫걸음은 연내에 해당 분야에 5조1000억원을 먼저 투입하는 일이다. 그 대강은 디지털 뉴딜에 2조7000억원, 그린 뉴딜에 1조4000억원, 고용 안전망 강화에 1조원을 투입하는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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