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어제 최저임금위원회의 첫 번째 전원회의가 열린데 따른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 논의는 그리 긍정적이지 못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우선 논의의 시작이 예년에 비해 많이 늦어졌다. 그런 탓에 결정 마감 시한까지 진지한 논의를 벌일 수 있는 시간 여유가 별로 없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오는 29일까지 최저임금위원회 의결을 마친 뒤 오는 8월 5일까지 정부 고시를 끝내야 한다.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일정과 그간의 경험을 감안하면 일단 최저임금위 의결 시한을 지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중순경에나 위원회 결정이 이뤄진다면 그나마 다행일 듯싶다.

최저임금 논의 분위기를 어둡게 만드는 더 큰 요소는 근래에 보기 드물 만큼 악화된 지금의 경제 상황이다. 국내외 기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리 경제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란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보수적 입장일 수밖에 없는 한국은행조차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 0.2%로 수정제시한 마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사 간 기 싸움은 어느 때 못지않게 팽팽하다. 특히 사용자 측은 감액 주장을 펼 움직임까지 보이며 ‘최소한 동결’ 의견을 흘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이 생사 기로에 있는 만큼 최저임금 인상보다 일자리 지키기가 우선돼야 한다는 게 그들의 논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실시한 뒤 공개한 600개 중소기업 대상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0.8%가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하를 원하는 기업도 7.3%나 됐다. 기업들의 위기감이 깃든 조사 결과라 할 수 있다.

반면 근로자 측은 외환위기 때도 동결은 없었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나섰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해 저율 인상 결정(금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2.9%)에 대한 반작용이 올해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해 인내심을 발휘한데 대한 보상심리가 근로자 측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 상황에 맞게 이뤄지는 게 상식적이다. 나아가 최저임금이 정치·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최저임금 수준이 단순히 사용자와 근로자의 경제적 이해에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그만큼 오늘날의 최저임금은 복잡다기한 개념으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최저임금은 특히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개념이다. 그 수준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진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최근에 이뤄진 최저임금 고속 인상과 그에 의한 후유증들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그 예로 2018년과 2019년도의 최저임금 인상 후유증을 들 수 있다. 두 해에 걸쳐 최저임금이 연이어 16.4%, 10.9%씩 오르면서 고용시장엔 적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났다. 상용근로자 등 종사상 지위가 비교적 안정적인 저임금 근로자들에겐 최저임금 인상이 호재였지만 임시직이나 일용직 등 불안정한 지위의 근로자들에겐 오히려 재앙으로 작용한 예가 적지 않았다. ‘인건비 따먹기’에 연연해야 하는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이 대거 고용인력을 감축한 게 주된 원인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은 주 15시간 이상 근로시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법제와 맞물리면서 그 부작용을 더욱 키울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나타난 구체적 부작용은 주 15시간 미만 단시간 노동의 일반화였다. 결국 그 피해는 임시·일용직들이 주로 감당하게 됐다.

여기서 한 가지 고민해야 할 것은 상기한 여러 부작용이 필시 최저임금 인상 자체에서만 비롯됐는가 하는 점이다. 그간의 상황을 돌아보건대 인상폭 자체보다 큰 문제를 일으킨 것은 인상 속도였다. 실제로 영세 자영업자를 포함한 소상공인 다수는 갑작스러운 임금인상 충격으로 패닉 상태에 빠지는 모습을 보였었다.

최저임금은 적정한 수준에서 충격이 가해지지 않을 만한 속도로 인상될 경우에 비로소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 최저임금의 직접 영향권에 있는 근로자들의 소득이 늘면 소비가 늘고 그 영향으로 서비스나 제조업 등을 망라하는 전산업생산이 늘어나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결국 정답은 제반 상황을 고려해가며 적정한 선에서 타협점을 찾는 것이라 하겠다. 그렇다고 해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는 이유 등으로 최저임금을 삭감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잘못된 일이다. 앞에서 일부 언급했듯이 오늘날의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생계보장 이상의 가치를 지닌, 보다 업그레이드된 개념이기 때문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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