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또 한 번의 부동산대책을 내놓았다. 현 정부 들어 쏟아진 대책이 수없이 많은 탓에 이번이 몇 번째 대책인지 헤아리는 것조차 쉽지 않다. 대책의 회차에 대해서는 매체들도 저마다 상이한 수치를 표기할 정도로 헷갈려 한다.

문재인 정부가 그간 정부합동으로 종합부동산대책을 발표한 횟수만도 네 차례나 된다. 취임 첫해인 2017년에 나온 6·19대책과 8·2대책, 그 이듬해에 나온 9·13대책, 그리고 지난해 발표된 12·16부동산대책이 그것들이다. 그 사이사이에 추가된 단발 또는 후속 대책을 포함하면 그 수는 20회가 넘는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 수준은 아니지만 이번 6·17대책도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됐다. 이른 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이다.

이 대책은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풍선효과와 갭투자 움직임을 차단 또는 억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에 동원된 규제는 투기성 거래 억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법인에 한해 보유세를 강화하는 방안도 일부 포함됐다. 이번 대책에는 임대사업자가 아닌 일반 개인에 대한 세제 강화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세부 내용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규제지역 확대라 할 수 있다. 최근 집값 상승이 두드러졌던 수도권 지역과 대전, 충북 청주가 규제지역에 새로 포함됐다.

수도권의 경우 경기도 김포와 파주, 연천 등 투기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접경지역을 빼고는 서부지역 대부분이 규제지역으로 추가 지정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인천(강화, 옹진 제외)과 경기도의 고양, 군포, 안산, 안성, 부천, 시흥, 오산, 평택, 의정부 등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기타 수도권 지역 중 경기 동두천, 가평, 양평, 여주 등의 경기 동북부 지역도 풍선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판단 하에 이번 규제대상 신규 지정에서 제외됐다.

반면 수원과 성남 수정구, 안양, 안산 단원구, 구리, 군포, 의왕, 용인 수지·기흥, 화성 동탄2, 인천 연수·남동·서구, 대전 동·중·서구와 유성구 등은 투기과열지구로 따로 지정됐다.

이로써 전국의 투기과열지구는 48곳, 조정대상지역은 69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규제대상 지역에서는 부동산 거래시 각종 제약이 수반된다.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억원을 기점으로 상·하 각각 30%, 50%로 제한된다. 총부채상환비율(DTI)도 50%로 제한되고 다주택자의 경우 양도소득세 중과를 감수해야 한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규제는 더욱 엄격해진다. 시가 15억 이상 주택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불가능해지고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는 LTV 20%가 적용된다.

이번에 새로 추가된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 대한 지정 효력은 관보 게재일인 오는 19일부터 발생한다.

이미 온갖 규제가 가해지고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토지거래허가제가 조만간 적용된다. 중앙정부와의 협의 하에 서울시가 잠실 MICE 개발사업 및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관련 부지와 그 영향권에 있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MICE는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이벤트와 전시(Events & Exhibition) 등을 소화할 수 있는 시설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규제 대상 지역은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동 등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에 있는 아파트를 구입하는 사람은 2년간 그 집에 거주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불가능해진다.

중앙 정부 차원의 갭투자 방지 방안도 6·17대책에 포함됐다. 모든 규제지역 안에서 주담대를 이용해 주택을 구입하면 6개월 이내에 그 집에 들어가 거주해야 한다. 이 규제는 주택 가격에 상관없이 모든 주택에 적용된다.

투기과열지구 안에서 시가 3억원 초과 아파트를 새로 구입할 땐 전세대출 보증이 제한된다. 전세대출을 받은 뒤 3억 초과 아파트를 살 경우 대출금을 곧바로 반납해야 한다. 전세대출금을 이용해 갭투자에 나서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조치다.

잠실 마이스 개발사업 조감도. [그래픽 = 연합뉴스]
잠실 마이스 개발사업 조감도. [그래픽 = 서울시 제공/연합뉴스]

재건축 아파트 거래에서도 새로운 제약이 가해진다. 재건축 아파트 구입을 통해 조합원 분양을 받으려면 최소 2년을 거주해야 한다.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 절차도 보다 까다로워진다. 재건축 투기 분위기로 인해 아파트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들이다.

법인과 주택매매·임대 사업자에 대한 부동산 관련 규제도 한층 강화된다. 우선 법인을 통한 부동산 투자시 세금 부담이 커진다.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해서는 적용 세율을 변경해 종합부동산세를 더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법인 소유 주택을 팔 때 적용되는 법인세 추가세율을 현행 10%에서 20%로 인상하고,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한 종부세 공제도 없어진다. 법인이 조정대상 지역 안에 보유하는 신규 임대주택에 대해서는 새로 종부세가 부과된다.

법인의 부동산 보유에 대한 규제 강화는 법인을 통한 부동산 우회 투기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정부는 주택 거래 내역에 대한 조사도 보다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규제대상 지역에서 이뤄지는 모든 주택 거래에 대해서는 자금조달계획서를 미리 받아 그 내용을 살펴본 뒤 추후 확인하는 절차를 밟는다.

정부는 이상의 대책이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세제 강화 등 추가 대책을 검토할 의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대책은 그간 거론돼온 시중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정부 발표 내용이 사전에 누설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와 함께 새로운 대책이 반짝 효과를 낼 수 있을지언정 장기적으로는 큰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적잖이 나왔다. 너무 잦은 대책 발표 탓에 시장에 내성이 생긴 것이 주로 거론된 이유였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 움직임이 풍부한 시중 유동성에 더해 그 돈들이 갈 곳을 못 찾고 있는 현실과 맞물려 있다는 점도 대책의 효과를 의심케 한다. 부동자금의 증가는 대출 규제를 통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대증치료식 무차별 규제를 쏟아내기보다 돈의 흐름을 조절하는데 초점을 맞춘 거시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재건축 규제 강화가 오히려 택지 고갈에 시달리는 서울 등 인기 지역의 아파트 공급을 제약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수도권 거래 규제와 맞물려 서울 아파트 값이 다시 올라가는 역풍선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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