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추가경정예산안이 사실상의 여당 독주 속에 일사천리로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폭주 기관차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처리 속도가 빠르다. 폭주는 국회의 각 상임위원회가 도합 35조3000억원이나 되는 돈을 마치 쌈지 속의 푼돈 처리하듯 대충대충 심사하고 통과, 통과를 외치며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3차 추경안은 지난달 29~30일 상임위 심사를 거치는 동안 3조1000억원이나 덩치를 키웠다. 국민들의 혈세를 쓴다는 점을 고려해 삼가고 또 삼가며 신중히 항목별 용도를 따져보고 최대한 액수를 줄여야 할 의원들이 오히려 지역구 예산까지 앞다퉈 얹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초래된 비상 상황이 일부 여당 의원들에게는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챙길 호기로 비쳐졌던 모양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각 상임위의 예비 심사가 얼마나 엉터리였는지는 회의가 진행된 시간만 보아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운영위원회가 불과 50분만에 회의를 마쳤고, 여타 상임위들도 대개 1~2시간 안에 심사를 마쳤다. 그러다 보니 외교통일위원회나 정무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등 다수 상임위에서는 정부 원안이 그대로 의결됐다. 원안 심사에도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 뻔한 데 그 와중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 6개 상임위에서는 증액된 안을 통과시켰다.

남은 절차도 속전속결식으로 처리될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 30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이달 1~2일의 조정소위원회를 거쳐 3일 예결위 전체회의 및 본회의를 열고 추경안을 최종 의결한다는 것이 여당이 짜놓은 시나리오다.

속도가 빠르다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심사가 제대로만 이뤄진다면야 문제 될 게 없지만 광속 처리는 필히 졸속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졸속이 가져다줄 심각한 후유증을 몸소 앓아야 하는 쪽은 애먼 국민들이다. 38조4000억으로 불어난 3차 추경이 예정대로 통과된다면 여기서만 26조원대의 적자국채 발행 요인이 생긴다. 여당이 만든 3차 추경 시간표는 정의당 의원으로부터도 반발을 샀다. 상임위 심사 도중 졸속에 반발하며 정의당 의원이 퇴장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3차 추경안이 지닌 문제는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해서도 지적된 바 있다. 요는 단기 일자리 사업이 과도하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내용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부가됐다. 오죽했으면 여당 출신 국회의장 휘하 기구에서 이런 지적이 나왔겠는가.

미래통합당 분석에 따르면 3차 추경에 포함된 83개 고용안전망 강화사업은 도합 60만개 남짓의 일자리 생산을 목표로 삼고 있다. 여기에 할당된 예산만 8조9000억원이다. 문제는 정부 각 부처가 이를 통해 만드는 일자리라는 것이 대부분 6개월 이하의 단기 알바성 일자리라는데 있다.

상임위 추경안 심사 도중 퇴장하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 [사진 = 연합뉴스]
상임위 추경안 심사 도중 퇴장하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 [사진 = 연합뉴스]

결국 코로나19가 불시에 가져다준 경제적 충격에서 헤어나기 위함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또 한 번 일자리 통계분식을 시도하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일자리 60만여개는 향후 몇 달 동안 통계청의 월간 고용동향에 반영된다. 늘상 이런 식이다 보니 60대 이상 취업자들의 대폭 증가로 인해 고용시장이 안정돼 있는 듯한 착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방식의 일자리 늘리기는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현상 유지를 하고자 한다면 끊임없이 돈을 퍼부어야 한다.

정말 심각한 점은 이런 데 쓸 돈을 코로나19로 빚어진 긴급 상황을 빙자해 추경이라는 이름으로 마련하려 한다는 사실이다. 그 바람에 이번 3차 추경은 추경답지 못한 추경이 함부로 편성됐다는 나쁜 선례로 기록될 수도 있다.

올 한 해가 절반을 막 지나는 시점에서 우리는 이미 세 차례나 추경 심사를 경험하고 있다. 그것도 본예산을 슈퍼급으로 편성한 정부에 의해서 말이다. 더구나 그 내용에서도 상시적 재정운용과 연관된 것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는 곧 방만한 재정운용의 오류, 크게는 정책실패의 허물을 덮기 위한 방편으로 추경이 이용되고 있다는 의혹을 갖게 한다.

행여 남용 시비를 받을지언정 추경은 추경다워야 한다. 단기 알바성 일자리 늘리기는 그 내용이 무엇이든 추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업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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