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35만2000명 감소했다. 감소세는 4개월째 지속됐다. 감소폭도 만만치 않다. 지난 3~5월 월별 취업자 증가폭은 차례로 -19만5000명, -47만6000명, -39만2000명 등이었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취업자 수는 작년 같은 시점보다 35만 이상 줄어든 2705만5000명이었다. 취업자 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실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9만1000명 늘어나 그 수가 122만8000명에 달했다. 실업률도 1년 전보다 0.3%포인트 높아진 4.3%로 집계됐다. 지난달 실업자 수와 실업률은 우리나라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최근의 고용 통계를 이처럼 악화시킨 이유 중 하나는 코로나19 대유행이다. 감염병 파동으로 경제 활력이 떨어지면서 고용시장에도 찬바람이 불었다. 소비자들이 외출을 삼가고 대면을 기피함에 따라 특히 숙박·음식점업(-18만6000명)이나 도·소매업(-17만6000명)에서 일자리가 많이 감소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3~6월 고용동향 등을 설명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감염병 사태 외에 빼놓을 수 없는 통계수치 악화의 이유는 기저효과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취업자 수는 실물경제의 부진에 비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었다. 작년 3~6월 기간 중 전년 동월 대비 월별 취업자 증가폭은 각각 25만명, 17만1000명, 25만9000명, 28만1000명 등이었다.

이 같은 성적은 그 이전 해인 2018년 같은 기간의 고용동향과 뚜렷이 비교되는 것이었다. 2018년 3~6월의 월별 취업자 증가폭은 10만명 내외에 불과했다. 고용사정 악화는 2018년 2월부터 본격화됐다. 그 해 1월 33만4000명의 증가폭을 기록한 이후 2월부터 취업자 증가폭이 급격히 축소됐던 것이다. 2018년 3~6월 기간 중 취업자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졌던 4월의 취업자 증가폭이라 해야 고작 12만3000명에 머물렀었다.

이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그해 7~8월엔 취업자 증가폭이 1만명 아래로 추락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5월 초까지 재직했던 2017년의 월평균 취업자 증가폭이 31만6000명을 헤아렸던 것에 비하면 참담한 수준이라 할 만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로서는 민망스러운 성적이기도 했다. 그러자 정부는 그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단기 일자리 창출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올 봄 취업자 수의 비교 시점인 지난해 3~6월은 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때였다.

이를 잘 보여주는 자료가 당시의 60세 이상 연령대의 일자리 증가폭 추이다. 2018년 3~6월의 월별 60세 이상 일자리 증가폭은 차례로 16만3000명, 16만7000명, 19만7000명, 20만9000명이었다. 전체 일자리 증가의 대부분을 60세 이상이 떠맡은 셈이다.

문제는 그들 연령대의 일자리가 대부분 단기 알바성이라는데 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연령대별로는 30~40대 등처럼 양질의 일자리를 상징하는 통계 항목에서는 지난해 이래 우려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일자리의 내용이 무엇이든, 올들어 나타나고 있는 최근의 통계상 고용 부진은 지난해 비교 시점에 크게 늘어났던 일자리 상황과 연결돼 있다. 기저효과가 작용한 탓이라는 의미다.

브리핑하는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 [사진 = 연합뉴스]
브리핑하는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 [사진 = 연합뉴스]

나아가 최근의 고용동향은 고령층 알바성 일자리의 약발마저 한계에 다다랐음을 말해준다. 정부의 단기 일자리 창출 정책이 두 해째 이어지는 바람에 통계수치마저 기저효과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실체를 드러내게 된 것이다.

여기서 제기할 수 있는 문제가 단기 알바성 일자리의 지속가능성 여부다. 이미 60세 이상 연령대의 단기 일자리로 사실상 통계를 부풀려온 터라 향후 어느 시점에 재정 고갈로 그 같은 정책을 철회하면 일자리 증가폭은 한동안 다시 바닥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한편 올해 6월 연령대별 취업자 증가폭을 보자면, 60세 이상에서만 플러스(33만8000명 증가)를 나타냈다. 기타 연령대의 취업자 증가폭은 15~29세 -17만명, 30대 -19만5000명, 40대 -18만명, 50대 -14만6000명 등이었다. 20대만 따로 집계한 수치는 -15만1000명이었다. 60대 이상 일자리 증가는 코로나19 사태로 일시 중단됐던 노인 일자리 사업이 재개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대변하듯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6월 중 17만3000명 감소했다.

6월 고용동향 내용과 관련,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기자들에게 “산업 전반에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쳤다”면서 “가장 두드러진 분야가 대면서비스업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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