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본격적인 침체기 돌입을 경고하는 신호가 나왔다.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한 나라 경제가 두 개 분기 이상 연이어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낼 경우 이는 경기침체 신호로 간주된다.

어제 한국은행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기 대비, 속보치)이 마이너스 3.3%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전분기 실적은 -1.3%였다. 중요한 점은 2분기 중의 후퇴 정도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물론 경제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경제사령탑인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2분기 실적에 당혹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정부의 당초 전망치는 마이너스 2%대였다고 실토했다. 그 같은 전망은 올해 정부의 경제성장 목표(0.1%)와도 맞물려 있었다. 이를 재해석하면 정부 판단으로도 올해 플러스 성장은 거의 불가능해졌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로 민간 분석기관들은 앞 다퉈 성장 전망을 낮추기 시작했다. 한은 발표 당일 키움증권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1%포인트 낮췄다. 새로 제시된 전망치는 -1.1%였다. 다른 증권사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한은도 곧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보다 낮게 잡은 한은의 기존 전망치(-0.2%)도 지나치게 후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분기 실적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은 수출 부진이었다. 수출이 16.6%나 줄어들었다. 특별소비세 감면 조치에 더해 긴급재난지원금까지 14조원 넘게 풀었지만 수출 부진이 주는 마이너스 효과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문제는 수출 부진이 3분기 들어 온전히 회복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데 있다. 홍 부총리의 발언을 보면 정부는 V자형 경기 반등을 기대하는 듯하지만 주변 사정은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하강 이후 빠른 회복을 과시한 중국의 사례가 우리에게도 적용되리란 보장이 없어서이다.

다수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중국과 우리는 경제구조에서 큰 차이를 갖고 있다. 핵심적인 것이 수출 의존도다. 중국은 수출 의존도가 20%도 안 되는데다 15억의 인구 대국인지라 내수만 자극해도 빠르게 경기를 데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수출이 성장의 절반가량을 감당하는 구조를 지닌데다 인구수도 적다. 좋든 싫든 대외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사진 = 현대자동차 제공/연합뉴스]
[사진 = 현대자동차 제공/연합뉴스]

그러니 당분간은 수출 증대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게 우리의 숙명이다. 그 주역은 민간기업이다. 그들이 활력을 되찾을 때 비로소 우리 경제에 희망의 빛이 비쳐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당연히 정부의 경제 정책도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 경제 주체 중에서도 특히 기업의 기가 살아나야 지금의 위기에서 최대한 빨리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은 여전히 반기업적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업 대신 정부가 가장 활력 넘치는 경제 주체로 자리매김하면서 모든 것을 주도해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개인과 기업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동안에도 정부는 긴축과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 주도 경제는 예외 없이 규제 강화로 이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는 빠른 경제회복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정부가 엉뚱한 일에 헛심을 쓰는 한편 시급하지도 않은 일로 국론 분열을 자극하는 것도 문제다. 지금처럼 경제난이 심각한 마당에 부동산을 이슈로 치킨게임하듯 시장과 기 싸움을 하고 있고, 집값 잡을 요량으로 천도론까지 거론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론을 하나로 모아 경제부터 살리자고 호소하는 일이다. 그렇게 해야 경기의 V자형 반등은 고사하고 나이키형 반등이나마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많은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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