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제로금리를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현 경제상황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면서 필요시 추가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한 점이 그 배경이다.

시장은 연준의 밝지 않은 경제상황 진단을 오히려 호신호로 받아들였다. 연준의 경기부양 정책이 유지될 것이란 믿음이 확산된데 따른 결과다. 30일(이하 한국시간) 뉴욕증시에서는 3대 지수가 일제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35%나 상승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연준은 이날 새벽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결정 내용을 발표했다. 발표 내용 중엔 기준금리를 현행(0.00~0.25%)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 포함돼 있었다. 보다 중요한 사실은 금리동결 결정이 만장일치로 이뤄졌다는 점이었다.

금리동결 자체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시장의 관심은 금리 변경 여부보다 연준이나 제롬 파월 의장의 경제상황 진단 및 향후 정책방향 제시에 모아져 있었다. 금리와 관련해서는 현재의 제로금리가 얼마나 더 지속될지에 이목이 쏠려 있었다.

연준은 지난 3월 열린 FOMC 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1%포인트나 내리는 조치를 취했다. 당시 결정된 기준금리는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연준은 이런 흐름이 더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지난달 FOMC 회의 이후 공개된 점도표를 통해서였다. 당시 공개된 점도표는 연준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이 2022년말까지 0.1%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특별한 변수에 의해 위원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현행 제로금리가 2년 더 유지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점도표는 연준 위원들 각자가 미래의 특정 시점별로 기준금리가 어떻게 형성될 것인지를 도면상에 점을 찍어 표시한 그래프다. 따라서 점도표는 향후 미국의 기준금리 흐름을 예측하는데 참고자료로 쓰이곤 한다.

또 하나 관심사는 현재의 경제 난국 극복을 위해 연준이 추가부양책을 제시할 가능성이었다.

결과적으로 연준은 이날 그 같은 시장의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연준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지금의 경제상황이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준 성명은 지금을 “도전의 시기”라 전제한 뒤 “경제 지원을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또 “경제활동과 고용이 최근 들어 다소 회복됐지만 코로나19 사태 직전의 수준을 밑돌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은 이어 “미국 경제가 본궤도에 올랐다는 믿음이 생길 때까지 목표범위 금리를 유지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경제전망과 관련된 정보들을 주시하면서 경제 지원을 위해 적절히 행동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연준의 경기 진단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시 악화될 기미를 보이는 미국의 고용상황을 특히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AP통신은 연준이 경기를 어둡게 보고 있다고 평가한 뒤 조만간 금리인상 조건을 정리해 제시할 것이라 전망했다. 일정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연준이 섣불리 금리를 올리는 일은 없을 것임을 예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 AF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 AFP/연합뉴스]

통화정책 회의 직후 나온 파월 의장의 발언도 성명 내용과 대동소이했다. 파월 의장은 “경제 앞길이 이례적으로 불확실하다”고 전제하면서 향후 경제가 회복될지는 코로나19 억제 여부와 상당 부분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상황을 “일생 중 가장 혹독한 경기침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각종 경제 지표의 회복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주장처럼 V자형 반등이 이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에둘러 밝힌 셈이다.

파월 의장은 이 같은 시각을 바탕으로 향후에도 경제회복에 모든 정책역량을 쏟아붓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미국인들이 광범위한 활동에 나서도 안전하다는 확신을 가질 때까지는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경제 회복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다짐했다.

나아가 “우린 더 많은 일을 할 역량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추가적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 한 모종의 추가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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