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믿을 것은 금밖에 없다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너도 나도 금을 찾는 이가 늘어나는데 따른 결과다.

국제 금 시세는 연일 기록 갱신 중이다. 국제 금값은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000달러 벽을 뚫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난달 25일 국제 금값은 9년 묵은 최고가 기록(2011년 8월)인 온스당 1891.90달러를 넘어서며 기세를 올렸다. 그러더니 이달 5일엔 2000달러 벽까지 무너뜨렸고,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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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뉴욕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국제 금값은 4거래일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온스당 2049.30달러(종가 기준)까지 치솟았다. 전 거래일에 비해 온스당 34.70 달러(1.7%) 상승한 값이다.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국제 금값은 올 들어 30%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다.

최근 금값 상승 흐름의 원인은 코로나19 팬데믹이다. 감염병 사태로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바람에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달러화가 약세 행진을 이어가는 점도 금값 상승을 재촉하고 있다.

달러화 약세의 직접적 원인은 코로나19로 타격 받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달러화 공급을 크게 늘리고 있는 점이다. 유럽연합(EU)이 유로화 공급을 늘리는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유동성 공급에 나서고 있는 점도 금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유동성 증대를 통한 주요국들의 경기부양 정책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런 정황이 국제 금값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6일의 금값 상승을 부추긴 세부 요인 중 하나는 미국의 7월 고용상황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분석이었다. 이로 인해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경기 부양 의지가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날 것이란 기대가 금값을 더 밀어올렸다는 의미다.

때맞춰 민간고용정보업체인 오토매틱 데이터 프로세싱(ADP)은 7월 미국의 민간부문 고용이 16만70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시장의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7월 고용자 증가폭이 126만명 증가했을 것이란 전망치를 제시한 바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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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의 공식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곧 공개될 발표 내용은 미국 고용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정부의 이번 7월 고용 집계치는 중순 이후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 그 배경이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미국의 고용 상황은 각 주들이 2차 경제봉쇄를 본격화한 7월 중순 이후 더 나빠졌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부의 추가적 경기부양은 조만간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 경기부양에 쓸 돈의 규모를 두고 다퉈온 공화·민주 양당이 조만간 합의를 도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후 추가 부양 노력이 실행단계에 돌입하면 달러화는 더욱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다시 한 번 국제 금값이 오를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금 이외에 또 다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의 국채 수익률이 낮아진 점도 금을 더욱 ‘귀하신 몸’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금융위기 당시에 비춰볼 때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 매입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 또한 금값 상승의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모든 정황들은 당분간 금값이 오를 분위기가 이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세계 굴지의 금융기관들도 이를 뒷받침하는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향후의 금값 상승 한계치에 대해 골드만삭스 그룹은 온스당 2300달러를 제시했다. RBC캐피털마켓 등 일부 기관에서는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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