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올해 상반기 살림살이 실태가 공개됐다. 결과는 110조5000억원 적자였다. 적자폭 규모로 볼 때 역대 최대다. 들어온 돈에 비해 쓴 돈이 엄청나게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나라의 곳간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가 11일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8월호’를 통해 확인된 사실들이다.

올해 1~6월 우리나라의 총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조1000억원 줄어든 226조원이었다. 총수입이란 국세수입과 세외수입, 기금수입 등을 합친 것을 의미한다. 상반기 국세수입은 132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세외수입과 기금수입은 각각 13조1000억원, 79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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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총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조4000억 늘어난 316조원에 달했다. 총수입이 줄었는데 총지출이 이처럼 큰 폭으로 늘어났으니 나라살림이 적자를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금액은 -90조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의미한다. 올해 상반기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작년 상반기보다 51조5000억 늘어났다.

당대 정부의 순수한 살림살이 실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의 적자폭은 통합재정수지 적자보다 규모가 더 컸다. 앞서 말한 110조5000억원이 그에 해당한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개념이다. 제외대상인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기금은 정부가 임의로 사용할 수 없는 만큼 살림살이 실태를 논할 때 고려 대상에서 제외된다.

상반기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전년 동기에 비해 51조원 늘어났다.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의 적자 규모는 올해 들어 둘 다 다달이 기록을 경신해가고 있다.

이처럼 재정수지 적자가 늘어난 첫 번째 원인은 국세 수입의 대폭 감소다. 상반기 국세수입(132조9000억원)은 전년 동기에 비해 23조3000억원이나 감소했다. 총수입을 구성하는 또 다른 부분인 기금수입과 세외수입은 각각 4조1000억원 늘었거나 9000억원 감소하는데 그쳤다. 국세수입 감소가 올 상반기 총수입 감소의 결정적 원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국세 수입 감소는 코로나19 사태로 경기 부진이 초래된 데다 세정지원이 더해지면서 더욱 심각해졌다. 경기 부진으로 그러지 않아도 세금이 잘 걷히지 않는데다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정부가 납부기간 연장 등 세정지원을 적극적으로 펼친데 따른 결과다. 세정지원으로 인해 상반기에 들어왔어야 할 세수 일부는 하반기로 이월됐다고 볼 수 있다.

기재부는 상반기 세정지원 규모가 13조3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기재부는 올해 1~6월의 실질적인 국세 수입 감소폭(전년 대비)은 11조4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세정 지원 외에 근로장려금 신청분 지급도 반영된 것이다. 6월 한 달 간 줄어든 실질적인 국세 수입(전년 동월비)은 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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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입이 줄어들었지만 총지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년에 비해 늘어난 상반기 총지출 규모는 31조4000억원에 이르렀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일반회계는 25조1000억원, 특별회계는 2조9000억원, 기금은 13조9000억원 증가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 교부금 정산 등 세입세출 외 지출이 10조4000억원 줄어든 것이 반영돼 늘어난 총지출 규모는 31조 남짓으로 최종 집계됐다.

총지출의 대폭 증가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외에 추가경정 예산의 적극적 집행도 한몫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 인해 6월 한 달 총지출은 전년 동기보다 6조9000억원 늘어난 5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재정적자 폭을 키운 또 하나의 원인은 재정의 조기집행이었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6월까지의 누계 총지출 진도율(59.5%)이었다. 1년간 지출할 재정의 절반 이상을 상반기에 집행했다는 의미다. 반면 상반기 누계 국세수입 진도율은 45.7%에 그쳤다. 세정지원으로 납세기간 연장 등의 조치가 이뤄진 점이 그 배경을 이룬다.

이상에서 보듯 올해 상반기 재정적자는 경기 부진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적극적이고도 신속한 재정집행, 세정지원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세 차례에 걸쳐 편성한 추경 규모가 59조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씀씀이가 너무 헤펐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본예산이 초슈퍼급으로 짜인 점까지 고려하자면 비판을 피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기재부는 올해 연말까지의 관리재정수지 적자 누계치를 111조5000억원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당장 수해복구비 마련을 위해 4차 추경 편성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정부 추산은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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