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통계 상의 거품이 꺼지면서 취업자 수가 5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고령층 단기 일자리를 양산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주된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비교시점인 지난해에 나타났던 통계상의 거품효과가 사라지자 비로소 실체적 고용동향이 드러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의 월별 고용동향은 단기 일자리 양산에 따른 통계상의 거품효과를 톡톡히 누렸었다. 그 덕분에 작년 7월만 해도 취업자 증가폭이 29만9000명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당시의 취업자 증가폭은 60세 이상 취업자가 37만7000명 늘어난데 힘입은 것이었다. 거꾸로 풀이하면 당시에도 60세 미만 연령층에서는 취업자가 크게 줄었음을 알 수 있다.

7월 고용동향을 브리핑하는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 [사진 = 연합뉴스]
7월 고용동향을 브리핑하는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 [사진 = 연합뉴스]

그때 당시와 비교한 올해 7월의 취업자 증가폭은 -27만7000명이었다. 올해 들어서도 정부가 단기 일자리 만들기에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비교시점의 통계상 실적이 괜찮았던 탓에 지난달 고용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측면이 강하다.

물론 여기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부진도 한몫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사실상 줄어든 숫자가 경기 부진의 정도를 상당 부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통계청의 월별 고용동향에서 말하는 취업자 증가폭은 전년 같은 달을 비교 시점으로 삼는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취업자 수는 2710만6000명이었다. 이는 작년 7월의 취업자 수 2738만3000명보다 27만7000명 줄어든 수치다.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감소 현상은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부터 6월까지의 월별 취업자 감소폭은 차례로 19만5000, 47만6000, 39만2000, 35만2000명을 기록했다. 취업자 수가 5개월째 줄어들기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이어지던 200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이 정도 줄어드는데 그친 것도 고령층 일자리의 현격한 증가 덕분이었다. 올해 7월의 연령별 취업자 현황을 보면, 60세 이상에서만 취업자 수가 큰 폭의 증가(+37만9000명)를 나타냈다. 나머지 연령대인 20~50대에서는 모두 취업자 수가 줄어들었다. 각각의 감소폭은 차례로 16만5000, 17만, 16만4000, 12만6000명 등이었다. 각국의 청년층 취업자 비교 연령대인 15~29세에서는 19만5000명이 감소했다.

업종별 취업자 현황을 보면, 숙박·음식점업에서의 감소 현상(-22만5000명)이 두드러졌다. 도·소매업과 교육서비스업에서도 각각 12만7000, 8만9000명의 감소가 기록됐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외출과 대면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이들 업종의 취업상황이 더 크게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제조업 분야에서도 취업자 수가 5만3000명 감소했다. 다만, 감소폭은 전달의 6만5000명에 비해 다소 작아졌다. 제조업 취업자 감소폭 축소에 대해 통계청의 정동명 사회통계국장은 반도체와 자동차 분야에서 부품 등의 수출이 반등하면서 나타난 효과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일자리가 늘어난 분야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16만1000명)과 운수·창고업(5만8000명) 등이었다.

자영업자와 같은 비임금 근로자 수도 18만 5000명 감소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17만5000명 줄어든 것이 대표적이었다.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오히려 4만7000명 증가했다. 자영업자들의 사정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방증하는 수치들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특히 눈여겨볼 점은 통계상 취업자로 분류되지만 내용상 실업자라 할 수 있는 일시휴직자가 23만9000명이나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일시휴직자 수는 68만5000명을 헤아리게 됐다.

비경제활동 인구 중 ‘쉬었음’으로 분류된 사람 수도 22만5000명 늘어난 231만9000명에 달했다. 통계 작성 이후 나타난 7월 집계로는 사상 최대치다. ‘쉬었음’ 인구는 일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이유 없이 쉬고 있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들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기 때문에 실업통계에서도 배제된다. 이들이 아무리 많아져도 실업률이나 고용률 등 공식통계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뜻이다.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확장실업률이 높아진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 수치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13.8%로 올라갔다. 확장실업률은 실질적인 실업률이라 할 수 있다. 단시간 근로자나 구직활동은 없지만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까지를 실업자로 간주해 집계한 실업률이 확장실업률이다.

특히 청년층 확장실업률은 25.6%로 나타나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 또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통계청은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통계대상에서 배제한다. 이로 인해 취업준비생의 경우 평소엔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다가 취업 지원을 하는 순간 새삼 실업자로 집계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고용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홍 부총리는 통계청 발표 당일인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5월부터 고용상황이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는 것은 팩트”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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