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분기 중 가계소득 불균형이 다소나마 해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적어도 통계청이 밝힌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놓고 보면 그렇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 정 반대다. 불균형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악화됐다. 코로나19가 휘젓고 다닌 자리에서 더 큰 타격을 받은 쪽은 가난한 계층일 수밖에 없으니 당연한 귀결이다.

지난 20일 통계청이 밝힌 바에 따르면 2분기 중 소득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77만7000원이었다. 1년 전 같은 시점에 비해 8.9% 증가한 액수다. 5분위(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도 1년 전보다 늘어 1003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5분위의 소득 증가율은 1분위의 그것보다 낮은 2.6%였다. 증가율만 떼어놓고 비교하면 1분위가 5분위보다 3.4배로 앞서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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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불균형 정도를 대변하는 지표인 균등화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균등화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가구원 수를 고려해 산출한 수치다. 5분위 가구 소득이 1분위 가구 소득의 몇 배인지를 수치로 나타낸 지표라 할 수 있다. 당연히 수치가 클수록 소득 불균형이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올해 2분기 중 그 수치는 4.23배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4.58배였던 것을 고려하면 1년 사이 우리 사회의 소득 불균형 현상이 일정 정도 해소됐다고 보는 게 옳다. 배율 자체로써는 그렇게 분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통계 결과를 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착시 현상 때문이다. 비판적으로 표현하자면, 통계 분식이 낳은 결과라 할 수 있다. 소위 ‘통계 마사지’ 논란과도 무관치 않다. 억지춘향식으로 통계 수치를 개선하려 애쓴 결과라는 의미다.

이런 현상은 문재인 정부 들어 일상화되다시피 했다. 실제 일자리 사정은 크게 악화됐지만 통계상으론 오히려 전반적 상황이 개선된 것도 그 연장선 위에 있다. 통계청도 정부 의도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의 경우 경제활동 인구 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 비정규직 근로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통계수치가 나오자, 통계청은 시계열 단절을 선언했다. 화들짝 놀란 나머지 이전 자료와 직접 비교하는 것을 삼가달라고 언론에 하소연한 것이다.

통계청도 문제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는 쪽은 정부다. 이번에 발표된 가계동향조사 결과만 봐도 그렇다. 통계상 소득 불균형 정도가 줄어든 것은 그 자체로 확실한 팩트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긴급재난지원금 등 각종 지원금이 큰 역할을 한 결과일 뿐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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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재난지원금이야 불가피한 것이었다 칠 수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가 공적 이전소득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을 떠받치면서 1분위 가구 소득을 억지로 늘려왔다는 데 있다. 그 바람에 1분위의 근로소득이 심각한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무서운 사실은 감춰져 있는 게 현실이다. 공적 이전소득이란 중앙 및 지방 정부 등 공공기관이 지원하는 소득을 의미한다. 땀 흘려 일한 대가가 아닌 만큼 이전소득이 소득의 주가 되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공적 이전소득 의존도 심화는 국가 재정 파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더 나쁜 것은 정부가 이를 두고 분배지표가 개선됐다고 자화자찬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발표 당일 열린 녹실회의(경제부총리 주재 관계장관회의)에서도 재연됐다.

그나마 홍남기 부총리는 통계 내용에 민망함을 느꼈던지 페이스북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일부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시장소득 회복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빈곤층의 근로소득 증대를 위해 보다 힘쓰겠다는 결의를 스스로 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요는 일자리 증대에 힘쓰겠다는 것이었다.

홍 부총리는 또 ‘소득분배 개선 흐름’이 3분기에도 이어질 지 불확실하다는 우려를 표했다. 그로서도 재난지원금 등으로 만들어진 통계 수치가 거품투성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음을 방증하는 일이다.

억지로 만들어진 통계는 올바른 정책 입안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해독성을 지닌다. 국가통계는 실적을 내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확한 현실 인식을 위해 생산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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