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코로나19에 다시 발목을 잡혔다. 앞으로도 코로나19 사태 전개에 따라 경제상황 악화 정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감염병의 국내 재확산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이다. 한국은행은 확산 기간의 길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 성장률이 최상의 경우 -0.9%, 최악의 경우 -2.2%를 기록할 것이라 예상했다.

27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3%로 수정 제시했다. 불과 3개월 전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를 1.1%포인트나 더 낮춘 것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갑작스럽게 닥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큰 난관을 만났다고 볼 수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마나 새로 제시된 한은의 수정 전망치는 코로나19 재확산이 겨울이 닥치기 전 종식된다는 기본 전제에서 나왔다. 지난 봄 1차 확산 때 나타난 양상처럼, 그 정도의 기간 동안만 확진자 수 증가세가 이어진다는 것이 한은이 설정한 기본 전제다. 기본 전제엔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세가 내년 중반 이후엔 진정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코로나19 국내 재확산이 올해 겨울까지 이어진다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성장률이 -2.2%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때는 1980년(-1.6%)과 1998년(-5.1%) 두 해가 전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닥친 2009년(0.8%)에도 당초 예상과 달리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지는 않았다.

한은의 수정 전망은 기존의 자체 전망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근 전망치보다 비관적인 것이다. OECD는 지난 11일 발표한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최상의 경우 -0.8%, 최악의 경우 -2.0%로 전망했다. 전자는 코로나19 재확산이 없는 경우이고 후자는 그 반대의 경우를 가정한 것이었다.

특이한 점은 OECD의 수정 전망치가 지난 6월 전망치(최상 -1.2%, 최악 -2.5%)보다 상향조정됐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 기구가 회원국 경제 전망치를 상향조정하기는 한국이 처음이었다.

한국 경제 성장률에 대한 국내외 기관의 전망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은 미국이나 유럽 주요국들과 달리 실질적 경제봉쇄가 없었던 데서 비롯됐다. 이는 지금까지 취해진 K방역이 성공적이었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8월 중순 들어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낙관적 전망은 점차 사그라들었다. 민간 전문가들 중에선 국내에서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이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통해 국내 경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제한 뒤 “민간소비 개선 흐름이 약화된 가운데 설비투자 회복이 제약되고 건설투자 조정세가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취업자 수 감소세 지속으로 고용상황이 부진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다만, 수출 감소폭은 다소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한은이 제시한 부문별 경제전망은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하반기 상품수출에 대해 한은은 작년 동기보다 5.6% 줄어 연간 감소율이 4.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 소비는 하반기에 3.4% 감소하며 연간으로는 -3.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 부문에서는 건설투자가 -0.7%에 그치는 반면 설비투자가 2.6% 증가할 것이라 내다봤다. 설비투자 증가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의 약진에 주로 의존한 것이다.

고용상황에 대한 전망도 비관적이다. 올해 취업자 수는 13만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내년엔 20만명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제시됐다.

상품수출 감소 등의 영향으로 올해 경상수지 흑자액은 54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내년도 예상 흑자액은 550억 달러다. 지난해에도 무너지지 않고 이어졌던 600억 달러선이 연이어 무너진다는 의미다.

한은이 수정 제시한 내년 성장률은 2.8%였다. 이는 기존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낮춰진 것이다.

한편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 회의 결과 기준금리를 현행 0.5%에서 유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과 일치하는 결과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만장일치 동결 결정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었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3월 임시회의를 소집해 기준금리를 기존의 1.25%에서 0.75로 크게 인하했고, 두 달 뒤 정례회의에서 0.25%포인트 추가 인하를 단행했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