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전반의 흐름을 감시·감독할 목적의 부동산거래분석원이 곧 탄생한다. 정부가 기존의 국토교통부 산하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을 확대개편해 새로운 기구를 만들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2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상정해 논의했다며 새로운 기구 구성 계획을 알렸다.

가칭 부동산거래분석원은 입법 예고와 국회 논의, 국회 의결 등을 마치는 대로 출범하게 된다. 따라서 국회에서 관련법 제·개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계획대로 진행되려면 새로운 기구 탄생을 위한 법률이 새로 제정되는 한편 기타 관련법 개정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 회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 회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정부가 구상 중인 부동산거래분석원은 이름처럼 단순히 부동산시장에서의 거래 동향을 분석하는 기구가 아니다. 물론 부동산 거래정보 분석 기능을 일부 수행하지만 주된 임무는 시장 동향을 감시하고 감독하면서 시장교란 행위나 불법 행위 등을 적발해내는 일이다. 사실상 부동산 시장에 강력한 ‘빅 브라더’가 등장하는 셈이다.

분석원은 정부 내 기구로서 기존의 불법행위 대응반 임무를 계승하게 된다. 현재 대응반은 국토부와 검찰, 경찰,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7개 기관에서 파견된 인력으로 구성돼 있으며 임시기구(TF)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체 인원은 13명이다.

그러나 임시기구라는 점과 인력 부족 등으로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에 대한 적절하고도 신속한 대응에서 한계를 느껴왔다. 그로 인해 그간 대응반의 상설기구화를 위한 논의가 이뤄져온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측면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은 그 연장선에서 만들어지는 기구라 할 수 있다. 자연스레 업무 영역과 조직 규모도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새로운 기구의 규모와 출범 시기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다만, 정부 발표 내용으로 볼 때 새로운 기구가 어떤 일을 할지는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규모가 대폭 확대될 것이라는 시사도 있었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날 “현재의 불법행위 대응반 인력으로는 수많은 전국 단위의 불법행위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장 교란 행위 대응이 일회성으로가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정부 내 조직인 금융정보분석원(FIU)과 자본시장조사단의 사례를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언급한 FIU는 2001년 출범한 이래 자금세탁이나 외환거래를 통한 탈세 행위를 색출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2013년 법무부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의 인력 지원 하에 탄생한 자본시장조사단은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교란 행위를 색출해 조사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둘 모두 금융위원회 산하 기구로 자리하고 있다.

두 기구를 참고해 만들어질 부동산거래분석원은 규모 확대는 물론 강화된 권한도 함께 누리게 된다. 정부는 새 기구에 개인금융 및 과세 정보 내역을 조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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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한 준비 작업은 이미 진행 단계에 돌입했다. 정부·여당은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의 불법행위를 적발하기 위해 정부가 관계기관에 금융거래 관련 정보와 신용 정보 등을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키로 했다.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 추진이 그것이다.

그 동안 불법행위 대응반은 금융거래 관련 정보에 접근할 권한을 갖지 못해 활동에 제약을 받아왔다. 정부·여당의 관련법 개정 추진은 그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거래분석원 출범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단속과 처벌의 효율성은 높아질 수 있겠지만 각종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문제는 불법행위에 대한 각종 규제 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사인끼리의 거래 위주로 굴러가는 부동산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 자체가 자유시장 원리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그 경우 시장기능이 왜곡 또는 위축될 수 있다. 정부가 선량한 일반인들의 상거래 행위를 일단 범죄시하면서 감시의 눈길을 보내는 것에 대한 불만이 커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소위 ‘빅 브라더’ 등장에 대한 반발 심리가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사적 계약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측면에서 기본권 침해 시비가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 거래 행위에 대한 감시는 금융기관에 대한 금융 당국의 감시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기 때문이다.

옥상옥 기구 탄생으로 인한 업무의 중복 또는 충돌도 예상되는 문제 중 하나다. 예를 들면 불법증여나 편법증여, 증여세 탈루 등에 대한 단속은 지금도 국세청이 맡고 있고, 불법 대출 등에 대해서는 금융 당국이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부동산거래분석원이 출범해 중복된 일을 맡게 되면 업무 충돌과 함께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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