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차 추가경정예산안 규모와 구성 내용을 공개했다. 이를 두고 여러 비판과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덩달아 4차 추경 편성 목적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그 성격이 긴급재난지원용인지 정부·여당의 선심용인지 따지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원금 배분 기준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문제 중엔 정부 입장을 이해할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테면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대상의 새희망자금 지급 기준을 연매출 4억원으로 잡은 것 등이 그에 해당한다. 이 기준 탓에 매출 4억을 갓 넘겼으나 영업손실은 더 큰 이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두부모 자르듯 기준을 정하면 행정처리는 단순 명쾌해지겠지만 시비와 불만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긴급을 요하는 사안이다 보니 정교함이 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급조된 기준이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거치며 만들어진 여타 복지 정책의 기준과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선별지원 원칙이 무너졌다는 점이다. 결정적 빌미를 제공한 것은 13세 이상 전국민에게 2만원씩 지원하기로 한 통신비다. 통신비 지원에 드는 예산은 9000억원을 상회한다. 그 바람에 4차 추경은 7조8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통신비 지원 명분은 코로나19로 비대면, 재택 근무가 늘어나면서 각 가정의 통신비 지출이 많아졌으리라는 잘못된 추정이었다. 실제로는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린 올해 2분기 각 가정의 통신비는 지난해 동기보다 적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어찌 됐든 통신비 지원이 새로운 항목으로 추가되면서 4차 추경은 졸지에 보편적 지원용으로 바뀌고 말았다. 전국민이 한 사람도 누락됨 없이 지원금을 받는 모양새가 갖춰진 탓이다.

13세 이상 통신비 지원은 원안에 없었으나 여당 대표의 막판 요구를 문재인 대통령이 받아들임으로써 결정됐다. 이 과정만 보아도 다분히 정치적 계산이 작용한 결과임을 짐작할 수 있다.

통신비 지원에 담긴 함의를 보다 뚜렷이 해준 것은 문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문 대통령은 통신비에 대해 설명하면서 “정부의 작은 위로이자 정성”이라고 말했다. 4차 추경 편성의 명분에 맞지 않는 뜬금없는 소리인데다 정부의 속내를 의심케 할 만한 발언이었다.

이 말로써 국민 혈세로 지원되는 재난지원금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대신 생색을 내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해 정부에 대한 호감을 키우려는 포퓰리즘의 발로였다는 것이다. 반면 모두 어려운 시기에 고혈을 짜듯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할 국민들에 대한 미안함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현재 다수 국민들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급증한 세금에 신음하고 있다. 그 고통은 지금 같은 고난의 시기 때는 더욱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기업들은 법인세 인상에 신음하고 개인들은 소득세 및 재산세 인상에 등골이 휠 지경이다. 특히 중산층 이상은 1주택자라 할지라도 지난 3년 새 몇 배로 오른 주택재산세 납부에 허덕이고 있다. 일부는 무거운 종합부동산세 납부 부담까지 짊어지고 있다. 집 한 채가 전부인 은퇴자들 중엔 연금을 몽땅 재산세와 종부세 납부에 쓸어넣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집값이 폭등한데다 공시가격과 세율이 동시에 올라간 게 원인이다. 더구나 이사를 하려 해도 폭등한 양도세 및 취득세 등을 계산해보면 모골이 송연해진다는 이들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판국에 국민들의 혈세로 한 해에 네 번씩이나 추경을 편성하면서 담세자의 공마저 정부가 가로채려 하니 괘씸함마저 느껴진다.

4차든 5차든 불가피하다면 정부는 추경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할 수 있다. 단, 국민들의 지지와 호응이 필수적이다. 납세자 다수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필요한 추경이라 할지라도 원만히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다. 어렵사리 편성된다 한들 국회 심의 과정에서 또 한 번 진통을 겪을 게 뻔하다.

이번 추경의 통신비 지출 항목에 대한 세간의 비판은 선별지원 원칙의 훼손에 국한돼 있지 않다. 불만과 비판의 진짜 포인트는 정부·여당의 의중에 숨은 포퓰리즘이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마땅히, 그리고 단호히 척결돼야 할 요소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