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경상수지가 65억7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불황형 흑자일망정 3개월 연속 60억 달러 이상의 흑자행진을 이어간 셈이다. 흑자 행진으로만 따지면 4개월째 지속이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지난 4월 33억3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으나 이후부터 다시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월별 경상수지 흑자폭은 5월 22억9000만 달러, 6월 68억8000만 달러, 7월 74억5000만 달러였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8월 경상수지는 전 달에 이어 다시 한 번 큰 폭의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달보다는 다소 처졌지만 전년 동월에 비해서는 35.1%(17억1000만 달러) 증가한 액수다.

[사진 = HMM 제공/연합뉴스]
[사진 = HMM 제공/연합뉴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우리나라의 연간 경상수지 흑자는 당초 전망치인 54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599억7000만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2012년 487억9000만 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2012년은 세계경제가 유럽의 재정위기 여파에 흔들리던 때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 이듬해인 2013년 772억6000만 달러의 경상흑자를 기록했고, 이후 2018년까지는 매년 700억 달러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왔다. 2015년의 경우엔 경상수지 흑자가 1051억2000만 달러까지 급등했었다.

최근 이어지는 큰 폭의 월간 경상수지 흑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경제활동 제약 속에 소비가 위축되는 바람에 수입이 크게 줄어든 것이 상품수지 및 경상수지 흑자폭을 키우는데 기여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말하자면 불황형 흑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8월 경상수지 흑자를 키우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상품수지였다. 8월 상품수지는 70억1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흑자폭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3억8000만 달러나 증가했다. 상품수지 흑자를 키운 결정적 요인은 수입 감소였다. 8월 수입은 작년 같은 달보다 17.3%나 줄어든 336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도 작년보다 감소했지만 그 폭은 수입 감소폭보다 작은 10.3%였다. 8월 수출액은 406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힘입어 8월 상품수지는 지난해(46억3000만 달러)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은은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 측면에서는 긍정적 요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총수입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원자재 수입이 줄었음을 지적하면서 이를 부정적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서비스수지는 8억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하지만 적자폭은 1년 전의 15억6000만 달러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여행수지 적자가 작년의 9억9000만 달러에서 올해 4억7000만 달러로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해외여행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기타사업서비스수지가 크게 개선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 부문 수지는 1년 전의 -11억9000만 달러에서 올해 -6억7000만 달러로 개선됐다. 기타사업은 연구개발이나 전문경영컨설팅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서비스수지 중 운송수지와 건설수지는 나란히 흑자를 기록했다. 각각의 흑자폭은 3억9000만 달러와 4억2000만 달러였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운송수지 흑자폭은 3억5000만 달러 증가했고, 건설수지 흑자폭은 2억8000만 달러 감소했다. 운송수지 흑자 증가는 교역량이 줄어드는 바람에 운송 지급이 줄어든 반면 항공화물 운송 수입은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또 다른 경상수지 구성 요소들인 본원소득수지와 이전소득수지는 각각 6억3000만 달러 흑자와 2억7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할 때 이전소득수지는 별 차이가 없었으나 본원소득수지는 크게 악화됐다. 올해 본원소득수지 흑자폭은 작년에 비해 13억9000만 달러나 줄어들었다. 본원소득수지는 임금 및 배당이자 등과 관련돼 있다.

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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