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지속되자 정부 당국자들 입에서 환율 관련 발언이 이전보다 많이 나오고 있다. 아직 시장 개입 의지를 드러내지는 않고 있지만 환율 흐름을 면밀히 주시하겠다는 것이 당국의 현재 입장인 듯하다.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절상: 원화 가치 상승) 현상은 지난달 중순 무렵부터 빠르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1180원대에서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하락 속도를 높이더니 이달 15일 현재 1140원대 초반까지 내려앉았다. 환율의 빠른 하락세로 인해 지난달 원/달러 환율의 전일 대비 변동폭(월 평균)은 3.5원으로 벌어졌다. 8월 평균 변동폭은 2.2원이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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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하락이 한 달여 동안이나 빠르게 이어지자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나친 원/달러 환율 하락은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탓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은 지난 14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원/달러 환율 흐름에 대해 언급하면서 “정부는 최근의 환율 흐름이 국내 외환시장 수급과 괴리된 측면이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당장은 아니지만 외환시장 불안 조짐이 나타나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란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김 차관은 최근의 환율 하락 원인 중 하나로 위안화 강세를 지목했다. 김 차관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 위안화와 원화의 동조화 경향이 이전보다 강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도하려는 중국의 위안화 강세와 함께 자주 거론되는 원/달러 환율 하락의 원인은 디커플링(탈동조화)이다. 원화의 달러 대비 환율 흐름이 다른 화폐들의 환율 흐름과 다소 동떨어진 모습을 보였다는 의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있었던 지난 14일 최근의 환율 동향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 점을 거론했다.

이 총재는 “7월 이후 미 달러화지수가 급락하고 위안화가 크게 절상되었지만 원/달러 환율은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하락하는 등 디커플링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9월 중순 이후부터는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가 빠르게 진행됐는데 이는 그 동안의 디커플링이 해소되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일반적 흐름에서 다소 벗어나 있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한 달 사이에 그 흐름에 합류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토대로 추론하자면 최근의 원화절상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고 볼 여지가 생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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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시장은 이 총재의 이 발언을 최근의 원화 강세를 크게 우려하지는 않는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흐름 주시” 등 정부 당국자의 경계성 발언에도 불구하고 소폭(0.2원)이나마 하락했다. 하락세는 15일에도 지속됐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7원 내린 1143.2원으로 마감됐다.

최근의 원/달러 환율 움직임은 기본적으로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과 관련이 깊다. 위험자산 선호심리의 증대는 곧 안전자산인 미 달러화나 금 등에 대한 선호도 하락을 의미한다. 특히 10월 들어서는 미국 행정부와 의회 간 경기부양에 대한 합의 가능성이 커지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높아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원/달러 환율은 하락폭을 한층 키워가는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4일 환율 하락세가 잠시 주춤했던 것은 미국 대선이 임박한 가운데 부양책 합의에 대한 낙관론이 일부 퇴색된 것과도 관련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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