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나EV 화재 사건이 또 발생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 17일 새벽 경기도 남양주시의 주민자치센터에서 급속충전 중이던 차량에서 일어났다. 코나EV가 2018년 출시된 이후 벌써 열네 번째 화재사고다. 그중 절반이 올해 들어 발생했다. 사태가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꼬여가고 있음을 짐작하게 해주는 상황이다.

코나EV 연쇄화재가 주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자칫 차량 제조업체인 현대자동차는 물론 배터리 생산업체인 LG화학에도 치명타를 안겨줄 수 있어서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배터리팩 생산에 관여하는 현대모비스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따가운 시선을 가장 먼저 받고 있는 쪽은 현대차다. 코나EV 연쇄화재는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제치고 왕좌에 오르려는 현대차의 야심찬 계획을 출발부터 흔들 위험이 있다. 현대차는 소형SUV인 코나EV를 앞세워 가능성을 타진한 뒤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LG화학도 현대차 못지않게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코나EV 화재 원인으로 자사가 공급한 배터리셀이 자꾸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토교통부는 코나EV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를 주목하고 있다. 국토부는 최근 코나EV 화재 원인에 대해 설명하면서 “배터리셀 분리막 손상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부의 입장은 한국교통안전공단 부설 연구기관인 자동차안전연구원의 분석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연구원은 배터리셀 양극판과 음극판 사이의 분리막 손상이 발화 원인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었다.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자동차안전연구원과는 다소 결이 다른 감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국과수는 올해 7~8월 발생한 두 건의 코나EV 화재 사고를 분석한 뒤 ‘배터리팩 어셈블리(결합품) 내부의 전기적 문제’를 추정 가능한 화재 원인으로 지목했다. 배터리셀에 주목하는 국토부보다는 화재 원인의 추정 범위를 다소 넓게 잡았다고 볼 수 있다.

배터리 공급사인 LG화학은 국토부의 판단을 정면 반박하고 있다. 배터리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주장은 결국 배터리셀을 둘러싸고 있는 배터리팩이나 배터리관리시스템에서 문제가 불거졌을 수 있다는 말로 귀결된다. 현재 코나EV에 적용되는 배터리팩은 LG화학과 현대모비스가 공동출자한 업체에서 만들고 있다.

이상의 구도를 종합할 때 코나EV 연쇄화재 원인을 둘러싼 논란은 세계전기차 시장 최강을 꿈꾸는 현대차, 배터리 세계최강임을 자부하고 있는 LG화학 모두에 치명상을 안길 수 있다. 최종 결론에 따라 타격 강도는 다르게 나타나겠지만 어느 쪽도 이미지 훼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확실한 조사 결과를 기다리며 확전을 자제하는 게 차선일 듯 싶다. 국토부 역시 확실한 근거 없이 화재 원인을 단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그런 가운데 일단은 현대차가 차량구매 고객의 집적적인 카운터파트라는 입장에서 리콜에 충실히 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면적이고도 확실한 리콜 조치를 시행함으로써 소비자 불만을 최대한 자제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현재 현대차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리콜을 실시하고 있으나 배터리 교체가 아니라 관리시스템을 업데이트하는데 그쳐 불만을 자초하고 있다. 코나EV 구매자들은 시스템 업데이트 이후에 화재 사고를 겪어야만 배터리를 교체받을 수 있다.

이런 식이라면 코나EV에 대한 불만은 현대차 브랜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코나EV는 전세계에 7만대 이상 팔려나갔다. 이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을 끄는 최선의 방법은 확실한 초기 진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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