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새로운 주택 분양 방안을 제시했다. 지분적립형 주택을 따로 지어 무주택 서민들에게 공급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지분적립형 주택은 말 그대로 소유지분을 조금씩 적립해 늘려가는 방식으로 구입할 수 있는 집이다. 주택 가격의 100%를 내고 새 집을 분양받는 것이 아니라 집을 할부로 장만하는 방식이라 이해할 수 있다.

정부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구체화했다. 정부는 이날 회의 이후 해당 방안의 골자를 발표했다. 그 내용인 즉, 주택 최초 분양시 토지와 건물 지분의 20~25% 정도만 취득하고 나머지는 시차를 두고 천천히 지분을 늘려가게 한다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부동산시장 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왼쪽 두번째)가 부동산시장 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최초 지분 취득시 나머지 지분 75~80%는 공공지분으로 남게 된다. 이런 지분 상태가 유지되는 동안 입주자는 공공지분에 대해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 임대료는 공공지분에 대한 것인 만큼 주변 시세보다 싸게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입주자는 매 4년마다 10~15%씩 소유지분을 늘려가게 된다. 입주자의 지분이 늘면 역으로 공공지분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임대료도 동반 감소한다. 입주자가 자기 지분을 100%로 만드는 데는 대략 20~30년이 걸리도록 설계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이 방식이 도입되면 무주택 서민들은 적은 돈으로 내 집 마련의 길을 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덩달아 임대료 부담도 상당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분적립형 주택에 대한 구상은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당시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두 달여 전 정부가 발표한 8·4대책에 대강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다만, 이번에 그 내용이 구체화되면서 새로운 유형의 주택 분양 모델로 관심을 끌게 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회의가 끝난 뒤 “지분적립형 주택은 신규 공급주택 중 공공보유 부지와 공공 정비사업 부지 등 선호도가 높은 도심지에서부터 점진적으로 확보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초 분양이 가능한 시기로는 2023년을 거론했다.

홍 부총리는 “지분적립형 주택 분양은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적극 지원하는 새로운 공급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 집 마련 꿈은 있지만 돈이 부족한 서민의 초기 주택구입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신혼부부나 다자녀 가구, 기타 일반 무주택자 등의 다양한 주택 구입 수요를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지분적립형 주택의 공공성 유지에도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그 방안으로 거주 의무기간 부과 등을 거론했다. 정부는 지분적립형 주택의 전매제한 기간이나 공급 대상 선정 기준 등 구체적 내용은 시간을 두고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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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안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취지도 좋고, 실행 과정에 큰 무리도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무주택자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질지가 관건이다. 호응이 없다면 정부가 기대하는 집값 안정 및 전·월세난 해소 등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당장의 과제는 30대 무주택자들의 ‘영끌’ 주택 매입을 잠재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분적립형 주택에 대한 이들 무주택 연령층의 호응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고려하면 핵심 추진 과제는 주요 입지에 대량으로 지분적립형 주택을 공급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해야 지분적립형 주택 분양을 통해 30대와 40대 등 젊은 층의 내 집 마련 욕구를 해소해 줄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주택은 거주 수단인 동시에 미래의 투자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가 과연 이런 일반의 인식에 어느 정도 동의할지 의문스럽다는 점이다. 결국 이번 계획의 성패도 정부 당국의 부동산정책 철학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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