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양도소득세 부과시 대주주 기준을 기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려던 정부 계획이 무산됐다. 정부가 당초 방안을 밀어붙이려 했으나 여당이 끝까지 반대하자 뜻을 굽힌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답변하면서 대주주 기준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정세와 경제의 불확실성 증대 등을 감안해 당·정·청 회의에서 그처럼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었다. 홍 부총리는 그러면서도 “(기준이) 한 종목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기존 방침대로 가야 한다고 보았다”고 설명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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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당초 대주주 기준을 3억원으로 낮추기로 한 바 있다. 더구나 기준선 3억원은 인별이 아니라 가족합산에 의한 것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직계존속과 비속은 물론 배우자의 주식까지 합쳐 종목당 3억원 이상을 보유한 경우 대주주로 분류해 높은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에 따라 올해 연말 기준으로 가족 합산 3억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경우 내년 4월부터 주식 양도소득의 22~33%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상황이 예고됐었다. 그러자 개인 투자자들이 집단반발하기 시작했고, 정치권에서도 반대 기류가 형성됐다. 심지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그런 기류가 나타나기에 이르렀다.

정치권의 반대 흐름을 자극한 것은 제도 시행 기준일인 연말을 앞두고 개미들이 대량으로 주식을 매도할지 모른다는 우려 섞인 전망들이었다. 여당도 내년 봄 재·보궐 선거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주식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 혼란에 주식시장까지 불안정해지면 여당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 인식한 듯 여겨진다.

반발이 거세지자 홍 부총리는 대주주 기준을 3억원으로 내리되 가족합산 대신 인별 산정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양보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방안 역시 개인 투자자들과 정치권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사실 정부의 방침은 나름의 이유와 논리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우선 정부의 이번 방침은 새롭게 정해진 것이 아니라 이미 소득세법 시행령을 통해 2년 전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정부로서는 시행 시기가 다가오자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것뿐이었다. 정책의 일관성 유지 차원에서 보더라도 예고된 내용대로 가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었다.

기타 자산에 비해 주식에 적용되는 양도소득세 중과 기준이 낮다는 점도 정부가 기존 방침을 관철하려 했던 논리적 근거였다. 홍남기 부총리가 3일 국회에서 과세형평성을 거론한 것도 그런 논리와 연결돼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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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치권의 반대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제1 야당에서는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못박고 산정 방식도 인별로 제한토록 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가 내세우는 시행령을 상위 법령을 통해 원천적으로 무효화시키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여기에 여당 의원들이 가세한다면 관련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어서게 되고 관련법 시행령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드러내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여당 측도 이 문제에 있어서는 국민의힘과 보조를 맞추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었다.

이로써 대주주 기준 변경에 관한 건은 사실상 여당이 칼자루를 쥐고 흔드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결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의 압박이 통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나아가 당·정·청 회의에서 최종 결론이 내려진 것으로 보아 청와대 역시 여당 측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달 초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교통정리가 끝났지만 홍남기 부총리는 대주주 기준선 하향조정에 끝까지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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