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양대 항공사 통합을 두고 여러 가지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산업은행의 의지대로 통합이 추진되고 있지만 비판 의견도 적지 않다. 그런 탓에 넘어야 할 산도 많다고 할 수 있다. 덩달아 기업결합심사를 맡게 될 공정거래위원회에 쏠리는 눈길도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통합 움직임은 지난 17일 산업은행과 한진칼이 총 8000억원 규모의 투자합의서를 체결함으로써 구체화됐다. 합의의 주된 내용은 산업은행이 신주 인수계약(5000억원)과 교환사채 인수계약(3000억원)을 통해 한진칼에 8000억원을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때맞춰 대한항공과 한진칼은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의했다. 1조8000억원을 투입해 아시아나를 인수한다는 게 그 골자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산은-한진칼 간 투자합의서엔 윤리경영을 골자로 하는 7대 의무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대한항공 오너 일가가 ‘땅콩 회항’ 사건 등으로 대변되는 각종 갑질 행위를 일삼아온데 대한 시중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산은의 이번 결정을 두고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중엔 거대 항공사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각종 부작용만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통합 추진의 이면에 산은과 한진칼의 불순한 의도가 숨어 있다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주된 비판은 이번 투자 합의가 산업은행과 한진칼 오너 일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데 모아져 있다. 산은이 짐스러운 아시아나를 대한항공에 떠넘기고 대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경영권 확립을 도와주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가장 적극적으로 펼치는 쪽은 한진그룹 경영권 다툼에 열을 올리고 있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이다. KCGI는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산은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를 강제하기 위해 조 회장의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받았다”고 전하면서 해당 주식의 담보 가치는 425억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KCGI는 투자합의서에 윤리경영을 위한 7대 약정을 담은 것에 대해 냉소적 반응을 보이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보장을 위한 명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약정을 통해 조현민 한진칼 전무,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등 오너 일가의 경영 불참을 명시한 것에 대해서는 “항공 경영만을 제한한 것”이라며 그 의미를 축소했다. KCGI는 두 항공사의 합병에 대해 ‘밀실 야합’이라며 비판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KCGI는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과 함께 3자연합을 이룬 채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을 다투고 있다.

정부 여당 내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산은과 한진칼 간 투자합의서가 체결된 당일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이 재벌 총수 지원과 독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용우, 박용진, 민병덕, 민형배, 송재호, 오기형, 이정문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아나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던 산업은행과 경영권 분쟁에서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총수 일가의 이해가 맞았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정거래위원회의 면밀한 기업결합 심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 외에 다수의 시민단체들과 업계도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독과점 심화로 결국 여객 및 화물의 항공 이용료가 올라가고 서비스의 질은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의 주된 이유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 = 연합뉴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 = 연합뉴스]

이밖에 시중에서 제기되는 우려의 구체적 내용으로는 두 항공사의 중복노선 정리로 인한 시너지 효과 저하와 대규모 인적 구조조정 가능성 등이 있다. 중복노선 정리는 두 항공사 통합 이후 불가피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현재 두 항공사는 국제선 여객 및 화물 기준으로 48개 노선에서 중복운항을 하고 있다. 이밖에 대한항공 독자운항 노선은 53개, 아시아나 독자노선은 14개가 있다. 이처럼 중복노선이 많다는 것은 업무상 중복인원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조원태 회장은 “중복이 많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확장성을 강조하며 “충분히 활용이 가능하다. 노선을 늘리고 사업도 확대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당장 인천발 뉴욕행 노선만 놓고 보더라도 어느 정도 예상답안이 나온다. 현재 이 노선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저마다 하루 2회씩 운항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업체 간 경쟁이 사라진 상태에서도 이 노선을 하루 4회씩 운항할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도 수요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각 항공사가 어쩔 수 없이 하루 2회 운항을 고집해왔기 때문이다.

통합 이후 운임 인상이나 편의 저하는 절대 없을 것이라는 조 회장의 장담도 신뢰성을 얻기 어렵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항공사가 노선과 인력의 중복 요인을 해소하려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확장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여파가 언제나 완전히 해소될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런 우려에 특혜 시비까지 얹혀져 있는 상황이고 보면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은 꽤나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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