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이수복 기자] “또 모피아냐”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손병두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추대됐다. 사실상 이사장 자리를 예약해 두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손 전 부위원장을 이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주총은 오는 18일 열린다.

손병두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 = 연합뉴스]
손병두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 = 연합뉴스]

손 전 부위원장은 전형적인 모피아로 꼽힌다. 모피아는 과거 재무부의 영문 이니셜(MOF)과 마피아의 합성어다. 재무관료 출신들이 정계와 금융계 등을 장악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만들어진 말이다. 관료 출신을 지칭하는 ‘관피아’보다 제한적 의미를 지닌 동시에 부정적 의미가 더 강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모피아란 말은 최근 들어 재무관료 출신들이 민간 금융기관이나 협회 등의 수장 자리를 싹쓸이하다시피 하면서 다시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은 모피아의 득세를 강력히 비난했었다. 하지만 현 정부 하에서도 이런 현상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에 따라 비난의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손병두 전 부위원장의 거래소 이사장 추대에 대해서도 비난 여론이 적지 않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거래소 지부는 거래소 로비에서 취임 반대를 위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손 전 부위원장이 시장의 신뢰와 건전성을 저해한 책임 당사자라는 것이 노조가 내세우는 반대 이유다.

손병두 전 부위원장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브라운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33회 출신으로 공직에 발을 들인 뒤엔 세계은행 선임 이코노미스트와 기획재정부 국제기구과장·외화자금과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및 금융정책국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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