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국내 주식시장의 과열양상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최근 들어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펀더멘털이 튼실해서가 아니라 수급 논리에 의해 주가가 떠받쳐지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수급 논리를 뒷받침하는 이들은 외국인이다. 이들의 적극적인 투자에 힙입어 국내 증시는 최근 들어 신고가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주의 경우 한 주를 통틀어 계산하면 외국인들은 순매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를 추세적 흐름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지난달 30일 하루에만 외국인들이 2조4000억원이라는 역대급 매도를 기록한 것이 한 주 전체의 집계를 순매도로 바꾸었을 뿐이다.

[사진 = AFP/연합뉴스]
[사진 = AFP/연합뉴스]

외국인들의 경계심은 주 첫날인 7일에도 재연됐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66포인트(0.24%) 오른 2738.11로 출발한 뒤 등락을 거듭했다. 개인과 달리 외국인이 기관과 함께 순매도에 나선 것이 주가의 상승 흐름을 일정 정도 저지했다.

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증시에서는 주가에 대한 재평가 기류가 형성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주가가 수급 논리에 의해 지탱되고 있는 만큼 웬만한 악재에도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외국인들은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대외 교역환경 호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수에 적극성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업황 개선도 외국인의 매수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교역환경 개선 기대를 키운 주요 요소는 미국의 경기 부양책 협상 타결 가능성이었다. 그간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추가 부양책 규모를 두고 신경전을 펼쳐왔다. 공화당이 정확한 타깃 설정을 전제로 한 5000억 달러 내외의 소규모 부양책을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2조 달러 규모 이상의 부양책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이런 가운데 양당의 초당파 의원들이 규모를 1조 달러로 설정한 중재안을 제시하면서 협상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새롭게 제기됐다. 민주당이 기존 입장을 수정할 용의를 내비치고 있는 만큼 공화당이 얼마나 양보를 할지가 주요 관심사로 부상했다.

어째 됐든 양당 사이에서는 새해 예산안 완료 시점인 오는 11일(이하 현지시간)에 맞춰 부양책도 함께 타결해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양책 협상이 연내에 타결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 뉴욕 증시에서는 지난 4일 고용지표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3대 주요지수가 큰 폭의 상승 흐름을 보였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여기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됐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지만 보급 시점이 가까워지면서 백신 개발에 대한 낙관론이 더 큰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 전문가 자문위원회는 오는 10일 회의를 열고 화이자 백신 긴급 사용에 대한 권고안 마련을 논의한다. 자문위는 일주일 뒤인 17일엔 모더나 백신에 대한 권고안 마련 여부를 논의한다.

자문위가 긴급 사용 권고안을 차례로 마련한다면 FDA는 각각의 백신에 대해 일주일 이내에 긴급 사용을 승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절차가 예정대로 이뤄질 경우 향후 미국 및 세계 경제의 정상화에 대한 기대도 한층 고조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주식시장엔 더 없이 좋은 소식이 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사안으로는 오는 10일 열릴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회의를 꼽을 수 있다. 시장의 관심사는 시장 부양책이 나올지 여부다. ECB는 지난 회의에서 성명을 통해 추가 부양 조치를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ECB의 일부 인사들은 회의를 앞두고 적극적인 경기 부양이 필요치 않다는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ECB 통화정책 회의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이는 시장에 실망감을 안겨줌으로써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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